| 선운사 꽃무릇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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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산과 들이 붉어집니다. 단풍을 말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가을의 들머리, 남도 들판은 꽃무릇으로 붉게 물듭니다. 8월말, 9월초 피기 시작해 보름 정도 만개한 뒤 꽃잎을 떨굽니다. 한 몸이건만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그리워만 하는 꽃. 꽃무릇을 ‘상사화(相思花)’라 부르는 까닭입니다. 꽃무릇은 석산이라고도 합니다. 상사화처럼 잎과 꽃이 따로 피어 서로 만나지 못한다고 그냥 상사화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선운사 입구의 상사화가 애틋한 사랑의 아픔을 잘 표현 하는 것 같다고 유명한데 이것이 바로 꽃무릇 입니다. 그러나 상사화와 꽃무릇은 다른 꽃입니다. 둘 다 수선화과의 Lycoris속에 속하고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꽃무릇은 붉은색이고 상사화는 분홍색입니다. 꽃과 잎이 함께 하지 못하기로서는 마찬가지지만 상사화는 봄에 파릇한 잎이 양분을 저장하고 난 후에 말라 죽고 6월경에 꽃대가 올라와 꽃이 핍니다. 그래서 잎과 꽃이 서로를 만날 수가 없어 상사병에 걸린다고 해서 상사화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꽃무릇은 상사화와 비슷하지만 초가을 꽃이 핀 뒤 잎이 납니다. 꽃무릇은 유독 절집에 많습니다. 뿌리에 방부 효과가 있어 탱화를 그릴 때 찧어 바르면 좀이 슬지 않는다고 해서 많이 길렀습니다. 그러나 속가에선 스님이 세속의 여인을 그리워하다 상사병으로 죽어 꽃이 되었다는, 혹은 세속의 여인이 스님을 연모하다 승방 앞에서 죽어 꽃이 되었다는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에 먼저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그런데 이 상사화 종류는 모두 절에 심어진 꽃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상사화는 잎과 꽃이 서로 볼 기회가 없습니다. 잎이 죽어야 꽃이 비로소 피니까요. 또한 열매도 맺지 못합니다. 따라서 수도하는 스님에게는 딱 맞는 꽃이라고 합니다. 인생의 희노애락을 다 부질없는 뜬구름으로 여기고 열심히 불도에 정진하라는 뜻이랍니다. 절에 심는 꽃이나 나무는 열매를 맺지 못하는 종류가 많답니다. 수국이나 산수국, 그리고 백당나무나 불두화, 사프란 같은 것들이 모두 그런 꽃들이랍니다
상사화 피며는 - 산월 최길준 - 가녀린 몸매 고운 미소 하늘로 향한 긴 기다림의 그리움 한 올씩 벗어 던져 그대 영혼 속에 사랑안에 아름답게 피어난다 귀밑머리 보송보송한 솜털 수줍은 마음 청순한 기품으로 서 있다 거역할수 없는 순수 빨갛게 피어난 사랑 가슴 떨림에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하늘거리는 자태 갈 바람속에 맡기고 임 그리워 눈물짓는 밤 홀로 우는 애닮픈 상사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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