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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장마로 씻겨진 개울의 깨끗함은 자연의 위대함에 감사하게 하고
물소리와 함께 들리는 바람소리는 아마 백아의 천풍조라는
가락이 이런 것이 아니었나 한다.
이른 아침 예불을 마치고 조용히 앉아 있는 귓가에는
아침 이슬보다 더 맑은 꾀꼬리의 노래 소리가 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고
창문을 열게 한다.
왜 세상은 이렇게 모두가 아름다운지!
내 힘들여 나무를 심지 않아도 항상 내 뜰은 푸르고,
모이를 주지 않아도 새들은 내 귓가에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한다.
더운 여름 가끔씩 불어주는 산들바람을 어찌 값을 매기겠는가.
모든 것들은 진정한 공양을 베풀면서 함께 하기를 원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세상이다.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보면서
사는 사람만이 불만스러운 것 같다.
불만스러운 사람에게 나무는 이야기한다.
더우시죠. 그러나 이 더위가 없다면 어떻게 푸른 제가 있겠어요.
저를 사랑하시면 더위도 사랑해 주세요라고.
시원하고 따뜻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길어 올리는 시원한 물 때문에
나뭇잎도 뿌리를 닮아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나보다.
우리들 마음속에 진리를 향한 뿌리 깊고 시원한 믿음이 없다면
누구를 위하여 공양하고 공양을 받겠는가?
감명 깊었던 부처님께 공양한 이야기를 적어본다. |
부처님 당시 카필라국에 아범화리라는 기녀가 있었다.
그녀는 너무 아름다워 여러 왕들이 탐하므로 전쟁이 날까봐 시집을 가지 못하고
기녀가 되어 오백 기녀를 거느리고 살았는데,
부처님께서 오셔서 교화하신다는 말을 듣고 오백 기녀와 함께 부처님을 친견하러 왔다.
오백 기녀가 오는 것을 본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여인을 보거든 뜻을 바로하고 머리를 숙이며 망녕되이 돌아보지 마라.
색욕은 사람을 어지럽히나니 오직 도로써만이 억누를 수 있다.
뜻을 억제하고 마음을 단속하라.
슬기로운 이라면 반드시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아범화리는 수레에서 내려 합장하고 머리 숙여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나 앉았다.
이때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형상은 오래 머물지 못하고
빛깔은 오래 산뜻하지 못하며
목숨은 바람이 스쳐감과 같고
젊음은 반드시 쇠약해지나니
용모를 믿고 더러운 행에서 살지 말라.
재앙이 일어남은 색욕에서 일어나나니 슬기로운 이는
이를 닫아 버린다라고 설법하시니,
아범화리가 부처님께 아뢰기를, 여인을 천히 여기지 아니하시고
법을 설하셨나니 원하옵건대
내일 여래와 비구승은 왕림하시어 박한 음식이나마 공양하소서.
부처님이 잠자코 계시니 허가하신 것이라 믿고 기뻐하면서 떠나갔다. |
이때 성중에 장자의 아들 오백이 부처님께 와서 가르침을 듣고 절하여
카필라국에 머무르심을 모두 함께 기뻐하며
부처님을 우러러 합장하고 예배하고 앉았다.
부처님은 설법하시기를, 영화로운 자리에 높고 세력이 있어서
쾌락이 뜻대로 됨은 모두가 전생의 복덕에서 온 것이며
이제 부처님을 뵈었으니 더욱 더하리라.
장자의 아들들은 청하기를, 내일 왕림하셔서 가엾이 여기사 공양을 들으소서.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내일은 이미 먼저 공양청을 받았으니
부처는 두 번 허락하지 않노라.” “공양을 청한 분은 누구시나이까.”
“아범화리의 청을 받았으므로 내일 가야 하리라.”
“그는 바로 이 나라의 백성인데 어찌 먼저 하오리까.”
“여래는 자비한지라 높거나 낮음을 묻지 않노라.”
장자의 아들들이 아범화리에게 말하기를,
“부처님은 지극히 높고 일체를 위하는 까닭에 오셔서 우리나라를 교화하시니
부처님과 승가의 공양은 우리가 먼저 해야겠소.
” 여인이 장자의 아들들에게 말하기를,
“세력이 있다고 약한 이를 누르지 마시오.
이제 네 가지 청을 받아준다면 먼저 하지 않겠습니다.
첫째, 나의 마음이 선을 보존하여 움직임이 없게 할 것이며,
둘째, 나의 목숨이 보존되어 죽음이 없게 할 것이며,
셋째, 재물이 보존되어 사라짐이 없게 할 것이며,
넷째, 세존께서 늘 머물러 가르치시면서 다른 나라에 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장자의 아들들이 여인에게 말하기를, “선한 마음과 목숨은 보존할 수 없는 것이니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십만 금을 줄 테이니
우리가 먼저 공양하게 해주시오.
” 아범화리는 설령 이 나라를 준다고 해도 바꾸어 줄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그러나 장자의 아들들은 기녀보다 다음에 공양함을 부끄럽게 여겨
시장 감독에게 물건을 팔지 못하게 하였다.
아범화리는 종을 보내어 장을 보게 하였으나 살 수가 없었다.
집을 점검하니 찬거리는 갖추어져 있는데 땔나무와 숯이 모자라므로
비단 옷가지에 향유를 부어 공양을 마련하였다.
다음 날 사람을 보내어 부처님을 청하려 하나 성문을 닫아걸고 열어 주지 아니하므로
앵무새에게 네가 가서 부처님께 아뢰어라 하니 부처님께 날아가 공양을 청하니
부처님이 왕림하시어 공양하시고 오백 장자의 아들과
아범화리의 오백 여인에게 설법하여 눈을 뜨게 하시고
오계를 받게 한 뒤에 동산으로 돌아가시니 모두 기뻐하였다. |
이 경전을 읽으면서 공양의 의미, 하루의 공양을 미루면
십만 금을 준다고 해도 바꾸어주지 않으며
이 나라를 준다 해도 바꾸어 줄 수 없는 부처님과 법을 향한 절대적인 신념,
선을 보존하고 목숨을 보존하고 재물을 보존하고 수명을 보존할 수 없는 중생의 삶,
숨 한 번 들이쉬고 내쉬지 못하면
선근의 싹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다는 촌음을 아끼는 마음,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십만 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의 선을 놓칠 수 없다는 아범화리는 자기의 집을 부처님께 헌납하여
정사를 만들고 출가하여 비구니가 된다. 법法을 가진 것만으로도 행복한 마음,
가주지 않아도 푸른 동산은 바라 보기만 해도 있고,
모이를 주지 않아도 노래 불러주는 새들!
바람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음악을 연주하고 그 속에 채움으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비움으로 채워지는 법에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나도 행복을 나누어 주는 바람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공양은 주는 자의 마음에 행복의 씨앗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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