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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장스님 큰뜻 누가 이어갈까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돌입…투표일은 10월31일 확정
법장 총무원장 이후 조계종단을 이끌어갈 지도자는 누구일까.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도공 스님)가 21일 회의에서 차기 총무원장 선거일을 10월31일로 확정함에 따라 조계종단은 사실상 총무원장 선거전에 돌입한 양상이다. 조계종 총무원장은 내각제 국가로 치면 총리(종정은 국왕)에 비유할 수 있어 권한이 막강하다.
특히 법장 스님은 남다른 카리스마가 있었고 사후 시신 기증이라는 불교 장례문화에 일대 쇄신까지 가져오는 등 그 역량을 한껏 발휘했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 임하는 계파간 후보들 어깨에는 ‘종권 창출’ 못지않게 ‘과업 계승’이라는 무거운 짐마저 실려 있다.
▲누가 거론되나=총무원장 후보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본사(本寺)급 주지, 종회의원(국회의원 해당), 중앙직 종무원을 거쳐야 하며 불교의 혹독한 수행기간인 ‘안거’의 경험도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해당하는 인물은 꽤 되지만 본인이 고사하는 경우도 있어 종단 관계자들은 검증 받은 후보를 5∼6명으로 압축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현 중앙종회 의장인 법등(56·구미 도리사 주지) 스님과 전 종회의장인 지하(65·인천 법륭사 주지) 스님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러나 부산 내원사 주지 정련 스님, 포교원장 도영 스님, 군종특별교구장 일면 스님, 용주사 주지 정낙 스님 등도 예측불허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종단 선거도 속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역대 총무원장은 범어(부산 범어사 계열), 덕숭(예산 수덕사 계열) 등 문중을 등에 업고 출마하다가 70년대 이후 고학력 스님들이 등장하면서 문중 개념이 와해되고 중앙종회 정책연구모임인 계파를 배경으로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나오고 있는 추세다.
지난번 법장 스님의 경우 원융회(김천 직지사 계열), 일여회(실천승가회 계열) 등 계파가 연합해 탄생한 일승회의 힘을 업고 그 대척점에 선 보림회의 종하(서울 관음사 주지) 스님을 누르고 제31대 총무원장에 올랐다.
금강회(민중불교 계열)는 줄곧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지만 지난번 법장 스님때 보림회와 보조를 같이 했다가 참패를 당하자 와해된 모양새를 남겼다. 현 종회의장 법등 스님이 소위 여권인 일승회 계열이고, 전 종회의장 지하 스님이 야권인 보림회에 속한다. 보림회도 고(故) 정대 스님을 제30대 총무원장으로 당선시킨 경험이 있다.
일승회와 보림회는 이미 법장 총무원장 재임 시절부터 중대 필동병원 매입 과정과 불교역사박물관 건립 비리 등 의혹을 서로 제기하며 일합을 겨룬 바 있어 뜨거운 재격돌이 예상된다.
▲선거 일정=후보등록은 10월21∼23일 3일간이고, 선거운동은 선거 하루전까지 약 10일동안 치러질 예정이다.
새 총무원장 선거에는 종회의원 81명, 24개 교구본사 대표 240명(각 본사에서 10명씩 선출) 등 총 321명이 투표에 참가한다. 이중 과반 득표를 해야 총무원장에 선출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차투표의 1, 2위 득표자를 놓고 2차투표에 들어가 다수의 득표자가 총무원장이 된다.
현 집행부 계파를 중심축으로 하는 일각에서는 계파를 떠나 단독후보를 세워 합의추대 형식으로 차기 총무원장을 뽑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역대 총무원장 선거가 각종 비리를 낳고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된 터였고 법장 스님 이후 불교의 사회적 이미지가 상당히 좋아져 있어 일단 종단의 안정을 꾀하고 국민 앞에 희망을 보여주자는 의도에서다.
계파간 이해관계가 워낙 커 단독후보가 나올 확률은 매우 희박하지만 적어도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 간 ‘페어플레이 선언’ 정도는 나왔으면 하는 것이 종단 안팎의 바람이다.
정성수 기자 hul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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