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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왕궁의 높은 다락에 오른
파세나디왕과 그 옆에 앉은 마리카 왕비의 대화에서 시작된다.
그곳 다락에서 바라다 보이는 경치는 장관이고
북으로부터 동북에 걸쳐
눈이 덮여 있는 히말라야의 무수한 봉우리들이
아득히 바라보이고
서쪽에서 남쪽으로는
코살라의 무한한 평원이 전개되는
대자연 앞에 서게 되면
사람이란 번거로운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날의 왕과 왕비의 대화에도 나타나니
그 넓은 자연을 바라다보던 왕은
‘이 넓은 세상에 있어서 가장 소중하고 가장 사랑스러운 것이 무엇인가.
저 히말라야는 참으로 장관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무엇과 바꿀 수 없다고 할 수 없다.
누가 나에게 히말라야를 바라보면서 하루를 살겠는가
아니면 이곳이 아닌 곳에서 하루를 살겠다고 하겠는가
한 끼의 밥과도 안 바꾸려 할지도 모른다.
내 눈 앞에 전개되는 모든 것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배처럼 보이기는 하나
그러나 자기가 이 나라의 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자기 밖에 없다.
자신이야말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나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저 땀을 흘리고 일하는 농부나 상인들은 어떨까.
그들은 살아가기 위하여 갖은 고생을 한다.
그들은 자신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할까.
그들도 모두 자기가 가장 소중하다고 여길까?’
왕은 옆에 있는 왕비를 바라보면서
“왕비 그대는 자기 자신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대왕이시여, 저에게는 저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는 듯합니다.
대왕은 어떠십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에 물은 것이요.”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자기 자신인 것이요.
이렇게 생각한 왕과 왕비는 마차를 달려
기원정사의 부처님을 찾아가 왕의 생각과 왕비의 이야기를 부처님께 여쭈었다.
왕의 이야기를 듣고 난 부처님께서는
그들의 생각이 참으로 옳은 생각임을 칭찬해 주시고
이렇게 게송을 설하셨다.
사람의 생각은 어디로나 갈 수 있다.
그와 같이 다른 사람에게도
자기는 더없이 소중하다.
그러기에 자기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해쳐서는 안 된다.
해석을 하면 사람의 생각이란 자유자재한 것이어서
여기에 앉아서 미국이나 달나라도 갈 수 있고
백만장자나 제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이 되든 간에 자기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재물과 권력을 꿈꾸는 것도 자기라는 존재가 소중하기 때문이며
자기가 소중한 까닭에 권력과 명예를 가짐으로써 남보다 더
우월한 위치에 놓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왕이나 왕비보다 그 사실을 긍정하고
다시 한 걸음 더 나아가 남을 생각해야 된다는 것을 말씀하신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그럴 능력이 있고 그것은 이성理性의 법칙法則이다.
중생의 생활은 애욕과 증오의 소용돌이이다.
그 소용돌이에 빠져서 허덕일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다 볼 수 있는 사람은
지성적인 맑음을 지닐 수밖에 없다.
중생의 생활이란 자自와 타他의 관계 속에서
자기의 생각만을 주장하고 다른 것은 수용하려 들지 않는다.
거기에 참으로 행복이 있을까?
그 대립을 버리고 냉정한 눈으로 자신을 보아야 한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인생이란 괴로운 것이다.
너희들은 이 사실을 인식해야 된다.
탐욕이란 마치 마른 풀로 만든
횃불을 들고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달리는 것과 같나니
그가 횃불을 던져 버리지 않는다면
그 불빛은 너의 손과 몸을 태우고 말리라.
이 말을 깊이 생각해 보면서
자기를 불속에 던지고 싶은 사람이 있겠는가.
자기가 악을 행하여 스스로 더러워지고
자기가 악을 떠나면 스스로 청정해진다.
자기가 스스로 더러워지고 청정해지나니
어떠한 사람도 남을 청정하게 하고 더러워지게는 못한다.
자기를 가장 사랑하면서도 자신을 버리는 것이 중생이다.
지금처럼 모두 자기만을 위하여 사는 시대에는
다시 한 번 음미해 보고 싶은 말씀이다.
다른 것을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다른 사람에게 있어서도 자기는 더없이 소중하다고 가르치신 부처님.
인간이 이러한 진실은 무시하고 오로지 자기의 주장만 고집한다면
이 세계는 존재할 수 있겠는가.
짐승은 만족할 줄 알되 수치를 모르며
사람은 수치는 알되 만족할 줄을 모른다고 했다.
만물은 그 존재의 가치가 있고 나름대로의 존재의 이유가 있다.
그러기에 부처님께서는 일체 만물은
모두 불성佛性이 있다고 하신다.
사바세계에 사는 중생이 시원함과 따뜻함을 다 가질 수는 없다.
시원하면 따뜻할 수 없고
따뜻하면 시원할 수 없는 것처럼
어두워 보이는 한 쪽 구석이 있으므로
밝아 보이는 곳이 빛나는 것처럼
우리는 함께 하는 것이기에
모두가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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