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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공자님에게 제자 자하가 와서 물었다.
공자님에게는 네분의 훌륭한 제자가 있으니 가장 仁을 행하는 안희,
언어에 능통한 자공, 무슨 일이든지 잘 처리하는 용기 있는 자로,
그 위의가 훌륭하고 점잖은 자장이 있었다.
가히 공자와 겨눌 수 있는 인물들이기에 공자에게 자하가 물은 것이다.
안희의 인덕이 공자님과 비교할 때에는 어떻습니까 하니 공자왈.
나보다 안희의 어짐이 더 수승하다고 했다.
그럼 자공의 언변은 어떠한가 물으니 나 보다 더 말을 잘한다.
자로의 용기는 어떠한가 하니 나는 자로의 용기에 못 미친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자장의 점잖음은 어떠한가 ‘나보다 더 뛰어나지’ 하는
공자의 말을 들은 자하는 그러면 왜 그들은 공자님의 제자노릇을 합니까? 하고 물으니
공자님은 말씀하시기를 ‘안희는 人德은 있으며 權道를 쓸 줄 모르고
자공은 언변은 있으되 침묵이 어느 때는 달변보다 효과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자로는 용기는 있으나 참을 때를 알지 못하고 자장은 점잖키는 하지만
점잖지 못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까닭에 이런 이유로
그들은 나를 스승으로 받드는 것’ 이라고 말씀하신다.
부처님도 말씀하신다.
인간에게 정직이 보배이기는 하나 자비가 없는 정직은 각박한 것이라고,
人德과 權道를 절충하여 쓸 줄 아는 마음,
자기에게 부여된 권력을 남에게 이익 되게 하는데 쓸 줄 아는 어진마음,
권력이란 칼날과 같은 것이기에 어린아이나 소인이 가지면 크나큰 불행이 오지만
잘 쓸 줄 아는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각품도 만들어 내는 힘 때문에
권력을 이용한 남용의 어리석음은 훗날에 반드시 악과를 부르게 된다.
잘 못쓰는 권도 보다는 어짐이 훨씬 대인다운 것이기에 칭찬의 대상이 되나
어짐과 권도를 절충하여 쓸 줄 아는 지혜 그것이 우리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말이란 슬픔과 기쁨을 함께 할 수 있는 보배로운 것이기에
순자는 사람에게 좋은 말을 부여하는 것은 의복보다도 더 따뜻하다는 말을 한다.
한마디의 말속에서 목숨을 버릴 만큼 진실해질 수도 있고,
죽음에 다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침묵해 버릴 수 있는 힘은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이다.
원효스님께서는 말 할 수 있는 것을 말하지 않으면 그것은 성인의 경지이며
서양 속담에도 침목은 금이요 웅변은 은이라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 인간의 마음은 가는 곳마다 걸리고 보고 듣는 것마다 걸린다.
그럴 때마다 그곳을 향하여 이해하고 그편에 서서 생각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날카로운 송곳에 걸리는 물체처럼 도사리고 있는 아만의 걸림들은 무지와 함께 돌출 된다.
미움, 슬픔, 희망, 환희 그 모든 것을 뛰어 넘어
조그만한 미소로 말 할 수 있는 침묵을 우리는 어느 때쯤이나 내것이 될까?
인간에게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용기가 잘못 쓰여질 때 그것은 커다란 불행을 몰고 온다.
논어에 이런 말이 있다.
군자가 용기는 있으되 정의가 없으면 난동이 되고
소인이 용기는 있으되 정의가 없으면 도적이 된다고 한다.
용기와 정의는 꼭 수반되어야 되는 것이라는 뜻이다.
참다운 정의란 무엇인가 그리고 참다운 용기란 무엇인가
자장보살의 서원처럼 지옥이라는 무서운 곳도 스스로 갈 수 있는 용기
자기의 한 목숨이 어떤 것을 위하여 쓰여질 수 있다고 느낄 때 내어놓을 수 있는 정의!
만용이 되지 않고 감추어진 아만이 없는 용기는 모두다 바라는 등불이다.
그러나 사람됨이란 용기와 정의가 함께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점잖지 않는 사람과 함께 놀 줄 몰라 공자만 못했던 자장.
사람은 사람마다 자기의 선이 있다.
선을 그어 놓고 지식과 지성을 말하고
자신이 아는 만큼의 선에 들어오면 그는 나와 맞고
그렇지 못하면 자기와는 공존할 수 없는 대상처럼 생각하는 마음,
그러나 높으면 높은 만큼 낮은 부분을 볼 줄 알고
넓으면 넓은 만큼 좁은 부분을 볼 줄 알며
적은 풀꽃 한 송이 속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진실이 있음을 볼 줄 알며
우주가 그 속에 있고 부처님이 말씀하신 一切萬物의 皆有佛性이
이치 속에 성인의 마음을 느낄 줄 아는 마음이 인간의 본연이라면
참인간의 진실을 잃어버린 속에서의 인간과의 사귐이
어찌 이계절 속에서 느끼는 환희보다 더 낫다고 하겠는가
고고하게 소리치는 감성 속에 가끔 방탕 하고픈 욕구는
바로 점잖지 못한 내면의 그림자가 아니겠는가
이 마음을 감추는 행위, 바로 그것이 점잖은 것이다.
내 스스로 내 행위를 갈무리하지 않아도 어느 그릇에 채워도
그 그릇의 모습대로 채워지는 물처럼
어느 그릇에 담겨 있어도 자신을 잊어버리지 않는 물처럼
걸림 없는 마음을 배우기 위하여 마음이 이렇게 슬픈 것인가
절충을 몰라 걸림이 있기 때문에 성인이 되지 못한 공자님의 네분의 말을 들으면서
어짐과 권도, 용기와 정의, 언변과 침묵,
점잖음과 어울리지 못하는 고달픈 마음을 나와 견주어 본다.
인간은 기대와 연민이 있을 때 분노도 슬픔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의리와 연민과 기대가 사라지면 분노도 슬픔도 함께 사라진다.
성인이 될 수 없는 중생의 슬픔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東鶴人 일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