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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사랑과 연민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기도 하고
사물을 대하기도 하면서,
자기가 오랫동안 접한 모든 것에는
그것이 무엇이건 그 냄새를 맡을 수 있고
그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장마가 시작되던 초여름 어둠이 짙어가는 산사의 초저녁!
그것은 거대한 그림을 그리는 어떤 畵神이
부산히 온 힘을 다해
파란색을 퍼부어 내리는 빗소리와 어울려
흐르는 개울물 소리의 화음은
백아의 천풍조가 이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에 씻겨 깨끗해지는 개울과
물보라에 여울지는 계곡은 많은 세월동안,
나에게 그것은 스승이었고 벗이었다.
이런날이 오면,
가장 반가웠고 기다림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가을부터 쌓였던 낙엽들이 씻겨가고
순수한 자갈과 바위가 드러날 때,
나는 그것을 보면서
나도 이와같이 번뇌를 씻어 버리고,
청정하고 그리고 넉넉해 봐야지 하던 먼 어린 학인시절!
그 마음을 그대로 간직한 채,
어린 학인은 변해버린 모습으로 그 자리에 앉아
어둠이 내리는 산 그늘에서 환희를 느낀다.
지금 오직 남은 것은 소녀적 마음과 산내음을 맡을 줄 알고,
산을 보지 않으면 슬퍼질 것 같은 마음만 남은 것 같다.
이런 밤이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어느날 밤인가, 그밤도 소낙비는 내리고
개울물 흘러가는 소리가 점점 커지면,
나는 그 소리에 안온함을 느끼며 포근한 안식에 빠져들 때,
스님 스님!하면서 부르는 소리에,
이 빗속에 누구인가 싶어 문을 열고 내다 보는
나의 시야에 비치는 것은,
비에 흠뻑 젖은 어느 청년의 모습이었다.
그 청년의 첫 마디는
"스님! 세상은 왜 이렇게 괴롭습니까?"
하며 절규하는 소리 뒤에
"세상이 괴로워서 저는 약을 먹었습니다.
나의 마음을 괴롭지 않게 해 주십시요."하는 절규였다.
달마스님께서는 혜가스님께서 답답함을 말씀하실때,
답답한 놈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고 하시지만,
절규하는 그 앞에 망연해지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내가 이 사람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부처님 진리의 말씀!
자비, 사랑 그외에 어떠한 말을 해야 하나'
망연한 상태에서 떠오른 것은,
자비나 사랑이 아니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파출소에 연락하여 차를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차를 기다리면서,
그 누가 이사람을 삶의 한 모퉁이에서 방황하도록 하였으며,
이곳을 찾아야 했던 그 마음을 상상하면서 측은한 마음에
무엇인가 진정 삶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말을 해주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차가 왔다.
나는 거절하는 청년을 달래어 차에 타기를 권유하면서
경찰관 아저씨에게 마치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처럼
"미안합니다."사과하고 있을 때,
그청년이 차에 타면서 하는 말이
"경찰관 아저씨, 우리 아버지가 높은 아무개인데
당신 나를 살려주면 한 계급 진급할 것입니다."
하는 말에 나도 모르게 그 청년을 차에서 끌어내어
정말 죽을 수 있도록 버려두고 싶은 마음이었다.
마치 청년에게 진정한 나의 마음을 배신당한 것 같은 미움이었다.
나는 그 청년의 등을 두드려 주면서
"이 사람아, 자네의 人生은 자네가 사는 것이지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해."
하는 미움섞인 한마디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권력과 재물을 사랑했던 청년,
자신이 힘들이지 않고도 소유할 수 있었던 청년,
富의 밑바닥을 헤매면서 마음이 가난했던 청년,
자신이 힘들이지 않고도 소유할 수 있었던 청년,
그렇게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을 얻었는데도
죽음을 생각하리 만큼 불행했던 청년,
권력과 권력을 팔 수 있다는 그 마음 그 어디에
진정한 삶을 한번이나 생각해 보았겠는가.
오늘의 사회는 종교라는 미명아래 수많은 종교의 전시장들이
시골의 노점상들처럼 많지만, 종교란 좀 더 진지해지고,
넓어지며, 평화로워져야 한다.
욕심에 의해 긍정이 부정으로 바뀌고,
아름다움이 추함으로 바뀌며,
둥근 것이 모나게 바뀌었기 때문에
人間은 불안하고 깨어지는 아픔이 있는 것을
다시 긍정과 아름다움과 둥글게 환원시킬 때,
거기 행복이 있다는 커다란 깨침이 비롯되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종교가 왜 이청년에게는 찾아가지 못하는 것일까.
부모의 부와 권력의 틈바구니에 헤매면서
마음이 가난한 한 청년이,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팔 수 있는 마음이 되어 버리고,
그러한 마음이기에 그는 외로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진정한 종교, 진정한 종교인이 혹시나 여행의 길에
오르지는 않았는가 자신을 돌아 봤다.
人間의 이러한 고뇌와 삶의 문제를 보면서
출가하지 않을 수 없었던 부처님을 생각하고,
마음의 가난과 번뇌의 방황에서 나오는 해탈의 길을 제시하신
부처님의 말씀을 생각하면서.....
내가 사랑하는 것은 정말 진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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