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구름 일어 나는 곳
정암사 적멸보궁
멀리 태백산 줄기
찌를듯한 기세로 힘껏 뻗은 붉은 소나무와
삐죽 삐죽 비껴나온 잘 생긴 바위
그리고
일어나는 흰 구름.
바람소리와,
계곡수와
새소리...
호흡을 가다듬고 합장을 했습니다.
적멸보궁.
먼 옛날 신라국 자장율사께서 석가 세존의 정골 사리를 안치하였습니다.
천년 고목으로 말라버린 스님의 주장자 속에는 젊은 나무가 꿋꿋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방석만 둥그렇게 놓인 부처님 연좌.
일배,
이배,
.....
자장스님의 독경 소리 낭랑하게 울려 퍼질때
물소리는 숨 죽이고
바람은 멎었습니다.
새들은 모여들고
풀 벌레는 잠 들었습니다.
고요히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봅니다.
잠시 들렀던
장릉.
열일곱 어린 나이로 아제비에게 무참히 죽임을 당하였던
단종의 애저린 무덤.
어라연...
높은 산 절벽아래 질펀하게 뻗은 강과 모래톱.
그리고 진리를 얻기 위하여 만리길도 머다 않은 자장스님.
세월속에 모두 묻혀버리고
스님의 큰 덕만 남았습니다.
아버님을 생각했습니다.
어머님을 생각했습니다.
괴로움을 생각했습니다.
즐거움을 생각했습니다.
불쌍하신 부모님.
태어나서 언제 어른이 되었는지도 모를때에
벌써 얼굴 가득한 주름.
한시도 쉬지 못하고
애정으로 가슴 졸이고
걱정으로 기름을 태웠습니다.
한순간,
찰라 만이라도
그 짐을 내려 놓을 수 있다면
주름진 얼굴 펴지고 끝모를 한숨 멈추겠지요.
기도합니다.
정암사,
적멸보궁
부처님은
내 이름도 찾지말고
내 형상도 찾지말고
내가 있다고도 하지말라 하셨건만
... 끝없이 불러보는 부처님 명호,
애타게 찾아보는 부처님 형상,
그리운 마음은 한이 없어 그칠줄을 모릅니다.
정암사...
일주문을 나서며
돌아서 바라본 수마노탑.
다시 올리는 배례.
부옇게 흐려진 하늘.
나즈막히 되내는 마음
부처님 사랑합니다.
부처님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