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봉화 청량사주지 지현스님과 어머님의 옛사진 (스님은 9세에 삼촌의 손에 이끌려 청량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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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승의 기다림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엇을 기다리는 것일까요?
기다림의 끝은 대체 무엇인가요?
그리고.................................여러분!
여기 사진 속 동승은 과연 누구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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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보다 아름다운 풍경
지 현 (04,09,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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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날.......
가을의 아름다움이 절경을 이루던 날.
걸망을 매고 설악산 봉정암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설악산 전체를 연화대로 삼아 석가탑을 세웠다고
할 만큼 봉정암은 높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봉정암을 오르는 이들의 마음은 비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석가모니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봉정암은
5대 적멸보궁 중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자장율사는 왜 이렇게 높은 곳에 진신사리를 모셨을까?
스님의 뜻을 짐작해 보며 길을 오르다 보니,
어느덧 중턱에 이르렀습니다.
호젓한 산길......
땀방울은 염주알이 되어 하나씩 가슴속으로 굴러들고,
가을 산의 화려함은 나의 피곤한 눈을 맑게 씻어주니
나의 몸은 마치 공기처럼 깃털처럼 가벼워진 듯 하였습니다.
나 홀로 이렇게 환희심에 젖어 있을 때,
저기 산길 모퉁이에서 노인을 엎은 중년의 거사와
그 뒤를 따르는 또 한 분의 거사님이 눈에 띄었습니다.
일행은 나를 보더니, 합장인사를 하며 잠깐 쉬어가려는지
노인과 함께 널따란 바위에 앉아 연신 땀을 닦았습니다.
80이 넘어 보이는 할머니와 60이 다 되어 보이는
두 거사님은 모자 지간이었습니다.
"봉정암에 다녀오시는 길이신가 봅니다."
제가 할머님을 보며 말을 부쳤더니,
아들이 대신해서 대답을 하셨습니다.
"네, 스님. 어머님 생전의 소원이시기에 저희가 이렇게
모시고 왔습니다. 더 일찍 모시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이지요."하며
노모의 얼굴을 젖은 눈으로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봉정암에 오르고자 하였던 자신의 염원 탓에
아들들이 고생하는구나 생각하니
마음 편히 엎히시지 못하셨던지 할머니의 숨소리도
산길을 오르내리는 이 만큼이나 가빠 보였습니다.
그들의 구슬땀을 씻어주는 가을 바람이 이리도 고마울까.
갈 길을 재촉하며 형제 중 동생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어머니를 등에 엎으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형님 되시는 분이 동생의 어깨를 밀며,
" 됐다. 됐다. 내려오는 길 힘들었는데 이번엔
내가 모시고 내려가마."하셨습니다.
"아닙니다. 형님. 저기 아래까지만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하며
노모를 얼른 등에 엎으시며, 나에게 합장을 한 뒤
산길을 내려가셨습니다.
나는 그분들의 뒷모습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노모를 향한 그들의 효심도 그러하였지만
형제의 따스한 우애와 사랑이 가득한 그 모습 역시
나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급변하는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젊은이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부모님 모시는 일을 불편으로 생각하고,
형제간에 싸우는 일 역시 빈번하니,
가족의 화목을 모르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은
각박한 사회에 봉정암 오르는 길에 만난 노모와
형제의 모습은 참으로 훈훈한 풍경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연일 보도되는 사건과 사고 속에는 가족을 해치고,
서로를 속이려다 큰 사고로 번지는 일들로 가득합니다.
'효를 근본으로 하고, 형제간의 우애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겨왔던 우리 조상들의 삶의 흔적들이
이제는 희미해져 가는 것일까.' 늘 이러한 우려를
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에게 노모와 형제의 모습은
진정한 아름다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60이 다 된 아들 역시 젊은 나이가 아니기에
자식들의 보살핌을 받아야할 듯 보였지만
노모 앞에서는 마냥 어린 자식이었고,
아우는 형님을 걱정하고, 형님은 아우를 염려하는
그들의 사소하지만 소중한 모습을 우리 젊은이들이
닮아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았습니다.
산길을 내려가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보리심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내 딛는
그들의 발자국마다 연꽃이 피어나기를 간절히
염원해 보았습니다.
또한 세상 근심 다 털어 낸다는 적멸의 땅을 참배하고
가는 그 공덕으로 늘 평안하시기를 간절히 염원해 보았습니다.
봉정암을 오르는 길에 만난 소중한 인연 덕택에
저 역시 발끝에 깃털을 단 듯 단숨에 연화대에 올랐습니다.
삼배만 해도 천년 묵은 업장도 봄눈 녹듯 소멸된다는
영험도량답게 봉정암 도량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깨달음은 외로움인가...? 지 현 (04,06 06) | | 깨달음을 얻고 난 뒤에도 괴로워해야 하는 것인가?
그러할까.
허나 그러하다고 들었다.
보임의 긴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고 들었다.
저 먼 시절의 육조 혜능도 구 년 가까이 숨어 지냈다.
대해선사 역시 마찬가지였고, 황매선사 역시 그러했다.
고요한 시간을 거슬러 올라 가, 그들은 스스로의 역사를 만들었다.
쓰라린 그들만의 역사 속으로 빠져 들었다.
원효 스님께선 해골바가지에 담긴 물을 마시고 크게 놀랐다가
순간 크게 깨달았다.
원효 스님 역시 기나긴 보임의 시절을 보냈다.
신라 서라벌 장안을 술에 취해 헤매면서 온갖 기행을 일삼았다.
그러다 요석공주를 만나 사랑했다.
미친듯이 사랑하다 설총을 낳았다.
우리 한글 문학사의 신기원을 이룬 '이두'의 설총은
바로 원효스님의 아들이다.
그러했다.
서산대사는 깨달음을 얻은 뒤 이십 년 가까이 묘향산에 머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벙어리처럼 있었다.
깨달음은 그처럼 무서운 것인가?
깨달음은 그처럼 어리석은 것인가?
깨달음은 진실로 그처럼 화려한 것인가?
눈물처럼 아름다운 것인가?
깨달음은 또 다른 절망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절망의 순간들을 스치면서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인가?
깨달음은 외로움이고, 그 외로움을 지키기 위하여 괴로워하는 것인가?
늦은 가을에 죽어가고 있는 들꽃을 바라보면서
초연히 서 있는 한 늙은 행자의 뒷 모습이 떠오른다.
비끼는 저녁 노을을 향해 무심하게 서 있는 행자의 뒷 모습은
그저 들꽃이다.
외로움, 외로움을 지키기 위해서다.
사모치는 그리움으로, 왠지 모를 뼈에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죽어가는 들꽃 옆에서 그이들은 그처럼 서 있었다.
깨달음은 꿈인가?
꿈처럼 애매하고 황당한 것인가?
아무도 모르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어느 외진 마을에 눈이 내린다.
눈 내려 쌓여 길이 없다.
길이 없어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누가 살고 있을까?
아무도 모르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어느 외진 마을에 눈이 내린다.
갠 날 푸른 하늘도 문득 변하여 우뢰 울고
번개치며 돌개바람 소나기도 갑자기 밝은 달, 맑은 하늘이 되니,
천지의 작용이 어찌 한결 같을 수 있으랴.
털끝만한 막힘 때문에 변화가 생겨나니
사람의 마음바탕도 이와 같지 아니하랴.
지금 여기서 우리 한국 근세의 선승 경허 스님의 시 몇 편을 올려 기릴까 한다.
득도 후 너무 외로워 전국을 떠돌다 쓴 이 다섯 편의 시는
우리를 울리고 또한 저리게 만든다.
-노을 비낀 빈 절 안에서 무릎을 앉고
한가로이 졸다가
소소한 가을 바람 소리에 놀라 깨 보니
서리친 단풍잎만 뜨락에 가득하네.
-시끄러움이 오히려 고요함인데
요란하다 해도 어찌 잠이 안 오랴.
고요한 밤 텅빈 산 달이여,
광맹으로 배게하겠네.
-일 없이 오히려, 할 일이거늘.
사립문 밀치고 졸다가 보니
새들은 나의 외로움 알아차리고
창 앞에 그림자 되어 스쳐가네.
-깊고 고요한 산에서 졸고 있는 내 행색,
온 세상에 그냥 그대로 놓아 두리라.
일이 있는데 마음 헤아리기 어려워
그냥 잠을 잔다.
아무도 오지 않는 문 안에서
그냥 바람소리 벗삼아 잠을 잔다. 산사의 뜨락을 거닐며 지 현 (04,03 19) | | 법기法器는 현세에서 만들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전생, 그리고 전전생을 통하여 세세생생 닦아온 수행의 결실이
지금 현세에 와서 그 열매를 맺는 것인가.
큰 스님들의 말씀에 의하면,
법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 지는 게 아니라고 했다.
탁마하고 탁마하여 비로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고 했다.
그러하다면 오늘의 모든 수행자들 또한
전생, 전전생을 통하여 닦아온 마음 밭을,
그 농사를 반복하여 짓고 있는 셈이다.
비와 바람과 눈보라를 견디며
한 알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듯
법기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대장간의 이글거리는 불로 달구어지고 담금질되어
비로소 보잘 것 없는 쇳덩이가 호미, 낫, 도끼 등
쓸모있는 연장으로 태어나듯 법기 또한 그러함이다.
중국 선가禪家의 한 획을 긋는 걸출한 인물, 마조도일馬祖道一은
태어날 때 두 발바닥에 수레바퀴의 문양을 띠고 있었다.
수레바퀴의 문양은 곧 법륜法輪을 뜻함이다.
그러하다면 마조도일의 전생前生의 수행길을
이승으로 연장해왔단 말이던가.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다.
유한한 생명의 수행길에서 한 삶을 마감하고 잠시 쉰 뒤
문득 이승에 다시 태어나 못다 간 길을 터벅터벅 다시금
걸어가는 것이 아니던가.
법기, 법기는 과연 타고나는 것이란 말이던가.
중국 선종禪宗의 제 사조, 도신道信은 어느 날 길을 가다
한 소년을 만났다.
곱상하게 빼어난 이 소년에게 도신이 물었다.
이 소년의 나이 불과 일곱 살이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 네 성이 무엇이냐?
동자가 답했다.
-불성佛性이 저의 성입니다.
도신은 크게 놀랐다.
- 그렇다면 너는 성이 없구나.
- 그렇습니다. 불성은 원래 공空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도신은 시자를 보내 그 부모에게 출가를 권하니
이 동자가 바로 오조 홍인대사다.
출가한 뒤 오조 홍인은 삼십 년 동안 도신 곁을 떠나지 않고 시봉했다.
이리 살펴 보건데 법기의 씨앗은 따로 있어
그 씨앗을 이승에 새로이 뿌리고 있다고 봐야할 것인가.
이 또한 정답은 아니다.
정답이 될 수가 없다.
일찍이 붓다께선 일체중생에게 다 불성이 있다고 했고,
조주선사는 개에게는 불성이 없다고 설파했다.
정답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된다.
오늘, 진눈깨비 휘날리는 늦은 겨울 산사의 뜨락을 거닐며
문득 옛 선사들의 오고감을 새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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