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 1,094m (충북 제천시 한수면) 산행사진
일 시 : 2004년 11월 16일
날 씨 : 맑음
참 석 : 11 명
코 스 : 송계매표소(동창교)-주능선삼거리-신록사갈림길-월악산영봉-주능선삼거리-960.4봉-마애불-덕주사 (6시간30분 휴식시간포함)
주 능선 삼거리에서 본 월악산 영봉 1,094m
▲ 송계매표에서 본 월악산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며(우리의 인생사도 오르막이 있으면 내
정상
▲ 정상을 내려와서 중식...
▲ 월악산 정상부에서 본 충주호.
충주호를 뒤로한 또 하나의 사진
▲ 다 내려와서 다시 돌아 본 월악산 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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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악산
우리가 쫓는 중심은 무엇인가 ?
달과 바위는 서로를 끌어당긴다. 어두운 산길의 적요 속으로 걸어들어 가면 달빛으로 빛이 나는 바위를 만난다.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창백한 달빛이 잠자는 바위를 흔들어 깨우는 것이다. 그렇게 월악산 영봉에 걸린 달은 잠 못 드는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아득한 옛날 월악산에 걸린 달은 단지 고즈넉한 풍경화 속 정물은 아니었을 것이다. 차고 이우는 것을 반복하는 달은 삶의 이정표다. 사람들은 달의 순환에 따라 시절을 읽고 밭을 갈았다. 그 달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몸 안에 품고 사는 것이 세상의 어미들이다. 그의 달거리는 밀물과 썰물처럼 달을 따라 움직이는 우주의 생명시계다. 그래서 달이 종종 여성에 비유되는 것은 태양에 대한 열등감의 표시가 아니다. 생성이 있으면 소멸이 있고 영화가 있으면 쇠락이 있는 생명의 부침(浮沈)을 이해하는 어미들, 그의 몸은 달과 가장 가깝게 소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옛사람들은 이 험한 바위산을 음기가 센 여신의 산이라 믿었다. 한수면 수산리 쪽에서 영봉을 바라보면 누워 있는 여인의 모습을 닮았다고 한다. 그 신령한 바위는 지상의 어미들처럼 달을 끌어당기는 힘이 강렬했던 모양이다.
역사의 각축장에서 음양의 조화를 꿈꾼다
산은 하늘과 땅의 기운을 잇는 대지의 꼭짓점이다. 그곳에 우주의 기운이 모아져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 산의 정점에도 영봉이란 예사롭지 않은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또 달의 정기를 받아 충만해진 영봉의 음기는 덕주사 앞마당에 커다란 남근석을 세워 합일을 꿈꿨다. 1m 남짓한 돌기둥 3개가 영봉을 향해 서있는데 지금은 그 중 하나가 반이 동강난 채 뿌리만 남아 있다. 아들 낳는 일에 목숨을 건 처량한 어미들의 아우성 같은 기도 소리에 지쳐 쓰러진 것일까. 높이 150m에 둘레만 4km에 이른다는 거대한 영봉의 짝으로는 너무 왜소해 보인다. 이미 처음 남근석을 깎아 세운 이의 속뜻이 많이 훼손된 탓일 것이다.
음과 양, 서로 다른 기운의 조화를 통해 세상의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은 월악산이기에 더욱 간절했다. 뺏고 빼앗기기를 거듭했던 산자락의 역사를 더듬어 보면 안다. 동쪽으로 단양군 단성면, 서쪽으로 충주시 살미면, 북쪽으로 제천시 수산면과 닿아 있고, 남쪽으로는 백두대간을 경계로 경상북도 문경시 동로면과 만나는 월악산. 그의 현 주민등록지는 충청북도 제천시 한수면이다.
그런데 만일 이 산의 호적등본을 들추어 본다면 좀 복잡해진다. 삼국시대에는 월형산(月兄山)이란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월형산은 백제와 고구려, 신라 차례로 주인이 바뀌었다. 한강을 차지하는 자가 한반도를 지배한다는 삼국시대의 역학 공식에 따른 것이다. 남한강을 따라 서울로 나아가는 뱃길의 중심에 산이 있었다. 여름철 물이 불었을 때는 빠르면 서울서 물길을 따라 12시간이면 충주 탄금대에 닿았고, 거슬러 오르는 길도 일주일이면 충분했다. 가히 고대사회의 KTX가 지나는 중심 역세권이라 할 만하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주요한 철 생산지였기 때문에 삼국이 필사적으로 빼앗으려고 했던 금싸라기 땅이기도 했다. 당시 철광을 차지하는 것은 핵무기를 만들 플루토늄을 지배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엄청난 힘을 갖는 일이다. 더구나 월악산 앞마당에 자리한 한수면은 가파른 바위산으로 성벽을 두룬 천혜의 요새였다. 그러니 이 땅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신산스러웠을지 짐작할 수 있다.
대략 백제가 400년, 고구려가 70여년 그리고 신라가 390여년씩 주인 노릇을 했다. 흥미로운 것은 가장 짧은 시간을 지배했던 고구려가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사실이다. 장수왕 이후 충주를 장악한 고구려는 국원성(國原城)이란 높은 뜻으로 이 땅의 자긍심을 드높였기 때문이다. ‘나라의 처음이자 근원이 되는 땅’에 대한 긍지는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조선시대 이중환의 <택리지>는 이 일대를 “한강 상류에서 물길로 오가기에 편리하므로 서울의 사대부가 살 곳으로 많이 정했다”하면서도 “경기도와 영남을 왕래하는 요충지이므로 유사시에는 반드시 전장지가 될”것이라 했다. 그의 말대로 고대사회 삼국의 격돌부터 몽골과 왜침 그리고 근현대사 속 좌우익의 대립까지 월악산 구석구석에 그 상처가 배어있다.
그중에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하던 난리 틈에 월형산이 월악산으로 바뀌었다. 신라의 덕주공주 때문에 ‘월형산 월악사’가 ‘월악산 덕주사’로 바꾸었다고도 하고, 후백제의 견훤이 이 산에 궁궐을 지으려던 꿈이 ‘와락’ 무너졌기 때문에 ‘와락산’이 월악산으로 변했다는 전설도 있다. 역사책은 승자의 기록이지만 전설은 민중들의 목소리로 쓴 또 다른 판결문이다. 월악산 자락의 사람들이 유독 고려에 망한 비운의 주인공들을 기억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산천 구석구석 전설의 고향마다 등장하는 마의태자는 월악산에서도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월악산 영봉 아래 덕주사 마애불과 미륵리 석불입상으로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는 남매의 전설. 그러나 공주는 산에 남았고 왕자는 다시 길을 떠났다. 이 또한 달이 이끈 것일지….
산양의 뿔을 닮은 영봉
월악산은 백두대간의 포암산과 대미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에서 북서쪽으로 뻗어나가 충주호를 앞에 두고 옹글게 서있다. 백두대간이 선이 굵은 장자들의 계보라면 그 곁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월악산은 자존심 하나로 똘똘 뭉쳐 있는 똑똑한 둘째 아들 같다. 천년 뒤의 사람들은 이 잘 생긴 산의 영봉이 알프스의 빙하가 날카롭게 깎아 세운 마터호른을 닮았다고 말한다. 마터호른이 알프스 초원(Matte)에 우뚝 솟은 뿔(Horn)이라면 월악산 영봉은 첩첩산중 높은 산마루에 살던 산양의 뿔이다.
월악산에는 1994년 동물원에서 키우던 산양 6마리를 풀어놓기도 했다. 멸종 위기에 있는 산양의 개체수를 늘리기 위한 애처로운 방편이었다. 그래서 월악산에 오른 사람은 자칫 아득한 전설 속으로 사라져갈 수 있는 이 동물의 위기를 생각해야 한다. 한 번 선택한 지역에서만 끝까.....[이하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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