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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하는 마음
가만히 산을 바라다보면서 생각한다. 자연의 순리는 저렇게 질서 정연하고 아름다운데 그것을 벗하며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은 왜 그렇지 못할까?
요즈음 대다수의 사람들은 기다림이라는
아름다운 마음을 모르는 것 같다.
기다림이란 지루하고 어두운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기간을 말하는 것이다.
꽃이 피기 위하여서도 과정을 거치면서 그것이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것이요, 곡식이 영그는 것도 우리는 시간을
기다리면서 인내한다.
짧은 세월의 결실을 보는 것도 순리를 따라 기다릴 줄 알기 때문에 아름다운꽃이 있고 살찌우는 곡식이 있지 아니한가?
그런데 하물며 인간의 지성․학문․예술․정치 모두 다 기다려 주지 아니하면 그것이 어떻게 아름다움을 만들겠는가.
지난번 승가대학 교수스님들이 모이는 연수회에서 임창순 선생님을 모시고 ‘장자’강의를 들은 일이 있었다.
남을 가르치는 교수스님들의 모임이라 강의를 들으시는 모습도 좋았지만 열심히 강의하시는 노학자의 모습에서
어느 한 부분을 남에게 이야기해 주기까지의
인고를 느끼면서 쌓아 올린 학문의 세계를 보는 것 같아 좋았고 마지막 회향때 참석하여 주신 관응 큰스님의 말씀에 더욱 감동했다.승속(僧俗)은 다르나 서로가 서로를 아낄 줄 아는 마음, 나는 그의 학문과더불어 인격을 높이 칭찬하고, 너는 나의 지식과 덕행을 칭찬하면서 보석을 싸안듯 바라다보는 두 분의 말씀 속에서 참으로 자기 것을 이룬 자의 하나로 통하는 화합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 같아서 좋았다.
인간이 어찌 네가 없이 내가 있겠는가. 우리는 항상 어떠한 결과가 있을 적에는현실을 중요시하고 좋은 것은 칭찬을 아끼지 말고 기뻐할 줄 알며,좋지 않은 것이라 할 지라도 좋지 않은 부분들을 시정해 가면서 서로가 힘을 모아 잘 만들어 보려는 노력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우리처럼 산을 벗하고 사는 사람일지라도 역시 세상과 더불어 살아야하기 때문에세상의 흐름을 보면서 참으로 이상함을 느낀다.
왜 이 시대의 사람들은 이렇게 부정적일까.
부정은 미움과 원망을 낳아 이익 되는 것이 없을 것인데 하는 마음이다.
나는 정치를 모르지만 한때는 이 정권 물러가라 외치면서 세상이 소란하더니,이승만 대통령께서 하야하시고 나니 박정희씨가 대통령 되어 또 박정권 물러가라 외치고 끝내는 박정희 대통령께서 안 계시니, 전두환씨가 대통령 되어 전 정권 물러가라 야단이고 노태우씨가 대통령이 되니 이제는 노정권 물러가라 세상이 시끄럽다.
이것이 우리 민족의 습성인가.
아니면 그래야만 되는 것인가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우스운 것은 물러간 뒤에는 다시 그분들을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부정하고 배척만 할 것이 아니라 부족한 점을 채우면서 물러가라가 아닌 이것은 좋은데 이 부분은
부족하다고 힘을 합치면더 좋은 결과가 오지 않을까?
만 가지 악이 있다 하더라도 하나의 선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마치 하나의잘한 것도 없는 것처럼 밀어붙이는
사람들은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어느 사회단체도 만 악보다는 일선을 아낄 줄 아는 마음이 있을 때 하나의선이 두 개가 되고 세 개가 되면서
우리는 평화로워 질 것이다.
날아다니는 새들의 세계에도 질서가 있고 자라나는 풀잎들의 세계에도 질서가 있어서 상하가 엄연한데 인간의 세계에서 질서가 사라지고 도덕이 무너진다면
그것이 곧 지옥이 아니겠는가.
요즈음 소위 지성의 세계라는 대학에서 일어나는 슬픈 일들! 인간은 교육에 의하여 비로소 참 인간의 길을 간다. 그러기에 학문은 고귀한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교육의 질서가 무너져 버린다면 그것은 인간의
질서가 무너져 버리는 것이다.
인간의 세계가 무너진 세계는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겠는가?
질시, 원망, 불안, 공포, 어느것 하나인들 우리를 편안하게
하는 것은 없다. 사랑하는 제자의 손에 맞는 스승은 육신의 아픔이 아니라
뼈를 깎아내는 마음의 아픔 때문에 더 울어야 하는 슬픔이 있다.
부처님 말씀처럼 착함이란 착하지 못함 때문에 생긴 말이요,
부처님이란 중생 때문에 생긴 말이며, 정직은 정직하지 못함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참으로 착한 것은 착하다는 말하는 것까지도 잘못이요, 부처님이란 무명의 번뇌 때문에 해탈의 대자유를 말하는 것이지 무명의 번뇌가 없는데 어찌 해탈의 대자유가 있겠는가.
대해탈은 해탈이라는 생각과 말조차도 없어야 한다는 대무애가 아니더라도우리는 서로가 서로가 서로를 아낄 줄 아는 소자비(小慈悲)는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파괴는, 즉 건설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이 말은 아수라의세계에서나 이루어지는 행위이다. 파괴하지 않고 싸우지도 않으면서도우리는 건설하고
사랑할 수 있는 불성을 찾아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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