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은 자기일 수 밖에 없다
땅을 디디고 서서 하늘을 바라다본다.
무수한 별들의 속삭임!
땅위의 무한한 나무의 속삭임!
서로 무엇을 말할까!
그들은 사람들에게 느긋한 할아버지가 철없는 아이들을
바라다보는그런 눈빛인 것만 같다. 나무는 속삭인다.
“부지런히 노력을 하면서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라고,
그러다 보면 이렇게 나처럼 수십 사람이 와서
내 그늘에 편안히 쉬고 또 언제든지 쓰일 수 있는
제목이 되는 것이라고!
그리고 우리는 대들보 감도 있고, 기둥나무 감도 있고,
석가래 감도 있지만 다투지 않노라고, 대들보가 잘난 것 같지만
석가래가 없으면 집을 이룰 수없듯이, 석가래가 없으면
대들보가 될 수 있는 나무도 쓸 수가 없는 물건이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자기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겸허한 마음으로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당신들은 우리를 보고 아! 그 산이 아름답다
나무들이 무성하다 하면서 우리를 찾아오지 않느냐고!
당신들도 우리처럼 세상을 살라!
겸허한 마음으로 자기의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면서” 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우화를 한 토막 소개해 보자.
땅 속에 사는 두더지 한 마리가 과년한 딸을 두게 되었다.
두더지 생각하기를 우리 딸에게는 좋은 신랑감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는 같은 두더지하고는 혼인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세상에서 가장 잘난 신랑감을 구하던 중 가장 높은 해를 쳐다보고
신랑감으로는 가장 적합한 것 같아서 해에게 청혼을 하였다.
청혼을 받은 해는 기가 막혀서 웃을 수조차 없었으나, 거절하는
방법을 연구하던 중 말하기를 내가 아무리 찬란해도 구름이 나를
가리면 어쩔 수 없으니 나보다 더 잘난 것은 구름이니 구름에게
청혼하라고 했다. 곰곰이 생각하던 두더지는 또 구름에게 청혼을
하니 기가 막힌 구름은 말하기를 나보다 더 높은 것은 바람이니
바람이 불면, 나는 흩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니 두더지가 또 바람에게
청혼했다. 바람이 말하기를 내가 아무리 기운이 세다 해도 큰 나무는
어쩔 수 없으니 나무에게 청혼하라 하니, 나무가 말하기를 내가
아무리 서 있으려 해도 두더지가 내 뿌리를 파 버리면 나는 쓰러지고 만다.
그러니 나 보다 더 힘이 센 것은 두더지라는 말을 들은 두더지는
딸의 신랑감은 역시 두더지밖에 없다는 마음으로 두더지와 혼인을 했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가식과 자신을 감추는
수많은 껍질을 두르고 세상을 살아간다.
그러한 모든 것이 나를 지켜 주는 것 같고,
그러므로 인하여 바로 내가 그렇게 되는 것처럼 생각하나,
자기가 서 있는 곳에 자신은 서 있다.
선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을 옮기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자신은 그 자리에 서 있다.
-----금화의 방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