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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 저 >
-아무조건 없이 주는 것
우리 나라 말에 '거저'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공짜라는 말과 혼동을 합니다.
나는 여러 사람에게 '거저'가 있는가 물어봅니다.
그러나 거저는 없다고 합니다. 佛敎의 因果法則에서 볼 때
'거저'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因果의 법칙은 중생계의 흐름이지
마음을 비운자리에는 모두가 비어 있는데, 그 속에 무엇이 남아
사랑·미움·내 것·네 것이 있겠습니까.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은 마음을 채우는 방법은 오직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절대로 채울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열고 보면 세상에 참으로 중요한 것들은
모두가 '거저'입니다.
언제 바람이 대가를 바라고 불며, 언제 맑은 공기가 차별하며,
소나무 사이로 비추는 달빛이 소나무가 있기 때문에 비추는 것이
아니라 소나무가 있기 때문에 더 아름다울 뿐이며, 만물을 성장케
하는 햇빛이 덜 평등하여 만물이 차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제 나름대로의 본성에 의하여 그 수용 한만큼 자라는 것입니다.
어느 들판 초라한 듯 피어 있는 들 꽃 하나에서도 세상을
선물 받은 것보다 더 큰 기쁨을 느끼는 것은 모두가
'거저'이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이 다 '거저'라니 얼마나 행복합니까.
이러한 것들을 사람들은 너무나 '감사하다'는 마음조차도 없이
그 속에 살면서 이 모든 것들이 '거저'임을 알지도 못합니다
참으로 크고 아름다운 것은 다 '거저'인데.
슬프리 만치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보면서 누가 그것을 '거저'라고
생각하며,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하나에도 자비로움이 넘쳐나는
나뭇잎, 바로 보살의 화현입니다. 그 속에 사는 나는 모든 것들에게
얼마나 '거저'가 되어 주었을까. 하나를 베풀면 열을 원하고 나만
편리하면 어떠한 행위도 할 수 있는 중생의 아집. 그 속에서 나도
세상을 위하여 '거저'가 좀 되어 보고 싶습니다.
나는 보살의 마음을 생각합니다. 내가 필요한 곳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면, 할 수 있다는 하나 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마음.
중생이 원하면 항상 함께 하는 마음. 모든 중생이 모두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지옥마저도 스스로 그들과 함께 하는 마음 그것이
보살의 마음입니다.
언제 보살이 대가를 바라던가 끝없이 주고 그가 필요 없을 때
그 마음마저 잊은 채 바람처럼 흘러가는 마음 그것이 보살의
마음입니다. 우리도 한번 '거저'인 인생이 되었으면 합니다
끝없는 하늘을 보면서….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세상은 보입니다. 생각은 진리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마음은 정말 아름다운 것입니다.
아름다운 꽃을 보고 아름다운 마음을 보고 기쁨을 느끼는 것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심성속에 태양보다도 더 찬란한
아름다운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마음이 어떤 때는
구름처럼 피어오르고 어떤 때는 말이 되어 물처럼 흘러가고
어떤 때는 글이 되어 바다처럼 천만년 쉴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 마음이 모여 종교를 이루고 문학을 이루고 예술을 이루면서
모래알처럼 서걱거리는 중생의 마음을 정화해 가는 것이 아닐까요.
세상을 살다보면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앞만 보고
달리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십시오.
그 넓고 높은 하늘이 그 곳에 있습니다.
그 넓고 높은 하늘이 그 곳에 있지만은 바라다 볼 때만이 내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스스로가 밝음을 생각할 때 밝아지고 희망을 가질 때 희망이 생기고
모든 사물에 긍정적인 마음이 생길 때 기쁨이 생기고 길이 보이고
길이 열립니다. 우리도 거저 줄 수 있는 삶이 되기 위하여 살아야 합니다.
우리도 거저 속에서 살기 때문에….
-------금화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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