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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바쁜가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고 단정히 앉아 다(茶)를 한잔 마시면서
자신의 인생을 생각해 보며 지금의 나는 어디 만큼에 서 있나
하는 여유로움이 있으면 한다.
이시간 풀내음 풍기는 문창호지 사이로 비치는 햇살 만큼 따사롭고
넉넉함이 마냥 나를 부자로 만들어 주는 시간들이다. 우리 민족은
정을 익히고 사는 피를 가진 민족이었는데 어느때 부터인지 이러한
마음들은 어디로 가버리고 자신의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마저도
아끼고 사는 것이 사람들의 생활인 것 같다. “아무개씨 계십니까”
"안 계시는데요" 이것이 요즈음 사람들의 대답이다. 어른만 바쁜 것이
아니라 덩달아 아이들도 바쁘다. 학교 갔다오면 피아노․속셈학원․
태권도․ 서예등 아직 두자리 숫자도 못채운 한자리 숫자의 나이를 가진
아이들의 생활이다. 옛날엔 학교 갔다오면 개울가에서 미꾸라지 잡고
들판에 나가 잠자리 잡던 아이들이 대통령도 하고 장관도 하면서 세계를
이끌어 간다. 그러면 지금의 어린이가 크면 어떤 나라가 될까?
그 옛날 내가 처음 출가하여 생솔가지를 꺽어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축축한 연기와 함께 목이 아프도록 불씨를 불지만 좀처럼 살아날 줄 모르던
불을 보면서 '아, 정말 손가락 하나만 꼭 눌러서 밥을 지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희망사항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말 손가락 하나만 누르면
밥을 지을 수 있고 걸어가서 소식을 전해야 하던 시대에서 손가락으로 숫자
몇 개만 누르면 아 여보세요 용건을 전할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은 걸어야
갈 수 있는 곳을 지금은 자동차라고 하는 신족통 달린 괴물이 우리를 실어다
주고 옛날보다 모든 것이 십배 ․백배 편리하고 빠르다. 그런데도 모든 사람들은
시간이 없고 바쁘단다. 왜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모든
사람이 다 바쁘니까 자신도 바쁘다고 한다. 누가 이 화륜 (化輪 : 어린시절
깡통에 불을 담아 돌리면 원을 그리며 돌아가던 불)을 그치게 한단 말인가.
생사의 윤회도 그와 같고 삶의 생활도 그와 같고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면서
마구 헤매고 있는 것이 현 시대다. 옛날의 생활보다 현재의 생활은 풍요롭다.
그리고 편안하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물어보면 다 피곤하고 힘들어 죽겠다고 한다.
이렇게 바쁜 목적이 어디에 있을까. 인간은 행복하기 위하여 산다. 그런데도
육신은 피곤하고 마음은 불안하다. 포근하고 안온한 곳은 어디인가. 인간이
원하는 행복은 어디 만큼에 있는 것일까. 동그라미 속에 주저앉지 말고
그 속에서 뛰어 나올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해 보자. 사람들은 휴일이면 산에
오르는 것을 즐긴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도시로 나가면 오분의 거리를
걸어가지 않고 괴물을 탄다. 이런 모순이 어디에 있을까. 하루를 걸으면서
오분을 걸어가지 않는 마음 모를 일이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바쁜 생활
속에서 휴일이면 건강, 맑은 공기 때문에 산에 오른다. 그러나 이것만을
위하여 산에 오르지 말자. 힘을 다해 오른 정상에 서서 산아래를 굽어보고
벗겨 보면서 무상도 생각하자. 우주를 덮을 만한 재물이 있다 하여도
맨손으로 선 정상의 나에게 얼마나 힘이 될까? 지구를 흔들 수 있는 권력이
있다면 나에게 그것의 가치는 얼마나 되는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
호화로운 호텔은 살 수 있으나 포근한 단잠은 살 수 없고, 권력의 힘은
사람을 굴복시킬 수 있으나 뒤에 사람은 순종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굴러가는 수레를 멈추듯이 불꽃처럼 치솟는 욕망의 늪에서 시원한 청량의
물을 마시는 마음으로 마음을 좀 쉬자. 모두 떨구어 버린 가을처럼 우리도
언젠가는 모든 사랑하는 것들을 떨구어야 하니까 굴러가는 굴레에 빠지지
말고 내 스스로 내 생활을 굴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