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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스승
지루하던 여름 장마가 지나고 나면 성질 급한 나뭇잎은 파란 낙엽이 되어
뒹굴고 남아있는 나무들은 가을을 준비한다. 한 해의 삶을 거두기 위하여
봄부터 나르던 물기를 줄이고 오색 빛깔을 수놓기 위하여 분주하다.
스스로 알아서 챙기는 자연의 섭리 앞에 인간이 부끄러워질 때가 있다.
과연 인간도 자기의 한 생의 삶을 거둘 준비는 하면서 나이를 먹는 것일까.
아니면 파란 낙엽들처럼 성질 급하게 지고마는 것은 아닐까.
억겁을 사는 내 마음에 사람의 팔십년은 찰라이다. 그 찰라의 삶 속에서
이것도 내것 저것도 내것 하면서 조그마한 울타리에 마음을 가두고
꼼짝 못하게 하는 것, 이것을 집착이라고 한다.
이 뿌리가 어느만큼 깊어져 있는지도 모르는 우리는 지금 어느 자리에
서 있는가? 돌아볼 여유는 가지고 있는 것일까? 나무들처럼 서서히
자기 삶을 거둘 준비는 해가면서 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놓아버릴
그 순간까지 준비도 못한 채 애착이란 뿌리를 계속 내리면서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가장 사랑하는 육신마저도 내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은 채 흘러가는 구름처럼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답다 하고 즐거운 것을 보고 즐겁다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영원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라는 말이다.
즉 소유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집착하지 말라는 말이며 영원히
머물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것이 바로 망상이며 욕심이며 집착이라는 말이다.
사람의 집착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부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통해
보여주신다. ‘옛날에 두 딸을 데리고서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던 부부가
있었는데 어느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러나 그 아버지는
육신이 사라졌음에도 마음은 부인과 두딸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금빛 나는
새가 되어 처마 밑에 와서 하루종일 울다가 저녁이 되면 자기의 금빛나는
깃털을 하나 뽑아 떨어뜨려 주고 날아갔다. 부인과 딸들은 그 깃털을 팔아
먹을 것을 사오고, 다음날도 금빛새는 날아와 하루 내내 처마 밑에서
울다가 금빛 깃털을 뽑아 주고 날아간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내와 딸은
그물을 쳐 그 금빛새를 잡아 털을 몽땅 뽑아 팔고만다.
그런데 죽은 뒤에도 가족을 잊을 수 없는 그 아버지는 이번에는 은빛 새가
되어 다시 그 처마 밑에 와서 하루내 울다가 또 은빛 털을 뽑아주고 가고,
그것을 장에 가지고 가서 팔아 먹을 것을 장만하던 아내와 딸은 다시
욕심이 생겨 은빛 새를 잡아 털을 뽑아 팔아 버리니 그 은빛 새는 죽은
뒤에 다시는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참으로 끝이 없는 애착이다.
내것이라는 마음 때문에 목숨을 던지면서까지 아프고 또 아프면서도
다시 뒤돌아보는 것이다. 사람이 느끼는 고통 가운데에 죽고 사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왜 그것이 고통이 되는가? 우리는 한 생을
내것이라는 생각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 내것을 모두 놓아두고
가야한다는 그것이 고통이 되는 것이다.
부처님은 『원각경』에서도 ‘끝이 없이 이어지는 윤회는 가지가지의 은혜와
탐욕을 말미암아 있고, 사생四生(태생.습생.난생.화생)의 모두가 이 음욕을
인하여 성명性命을 정正하는데, 윤회는 애愛가 근본이 되고 또한 욕심이
있음을 말미암아 애의 성품을 도우므로 나고 죽음이 상속하니 욕심은
인이 되고 목숨은 결과가 된다’고 말씀하신다. 짙푸르던 나뭇잎들이
그 푸르름을 거두기 위하여 서서히 나르던 물을 줄이고 절재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철들지 못한 마음들, 떨구어 버릴 수 없는 인연들,
거기에 잠겨서 고뇌하는 사람들, 천만년 고뇌해도 떨구어버릴 수 없는
인연을 향하여 인간은 지금도 집착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데, 저기 앞에
서있는 산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금화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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