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탄과 관련된 추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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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 헥, 헥" "도꼬야~ 힘드니,,, 나도 힘들다,,," 어김없이 하루에 한번 해가 기울고 느엿느엿 어둠이 찾아올때 쯤, 나는 우리집 강아지 도꼬를 데리고 그렇게 온 동네를 누비며 다녔다. 차들도 오르기 힘든 그 길에 하얀 눈이라도 내리는 달리면 넘어질걸 알면서도 나와 도꼬는 그 길을 뛰어다녔다. 사실 공중에서 발을 휘저어 뛰었다는 표현을 썼지만, 내가 힘껏 오르는 길보다 미끄러워 내려오는 길이가 더 많았기에 헛발질을 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안간힘을 써서는 몇미터 앞으로 가지고 못하고 우리는 이전에 그랬던것 처럼 또 다시 숨을 헥헥 거려야만 했다. 우리집은 그 언덕베이에서 가장 높은 곳이였다. 살며시 보이는 집을 향해 그렇게 달리고 또 달리다가 목이 마르면 남에집 처마밑에 대롱대롱 매 달리는 고드름을 따서는 또꼬 한입 나 한입, 번가라 가면서 목을 축였다. 다음날, 아이들은 저마다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온갖 종류에 비닐부대를 하나씩 들고선 그 미끄러운 눈길을 미끄럼 삼아 놀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내 새우같은 눈은 어느새 눈깔사탕보다도 더 커져선 아부지께서 신문지며 보지 않는 책들을 모아놓은 푸대자루에 책들은 다 떨쳐버리고 그 아이들 틈에 끼워 소리를 지르며 썰매를 탔다. 매일같이 오르며 숨을 헥헥 거리던 그 철천지 왠수같은 그 길이 이렇게 즐거운 곳이 될지 알지 못했던 것이다. 한쪽 구석에는 연탄재로 길을 만들고, 누가 미리 맨들맨들 닦아놓은 길은 미끄럼틀이 되었다. "누가 너희 보고 여기서 놀라고 했니, 어서 썩 꺼지지 못해" 차들이 다뉘는 길 한가운데서 아이들이 위험하게 놀고 있으니 걱정도 되셨을 것이다. 자신의 집앞을 얼음바닥으로 만들어 놓는 아이들이 참 밉기도 했을 것이다. 아이들은 그런 아주머니를 본체 만체 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리가 닦아놓은 그 얼음바닥에 자신의 연탄을 깨어 또 다시 길을 만들면 그제서야 아이들은 자신의 포대를 어깨에 이고 그 길을 내려와야 했다. 집으로 들어가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먼 발취에서 자신이 내려오던 길을 눈으로 쫓으며 아쉬움을 달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였다. 나 역시 그러했다. '좀 만 더 놀고 싶었는데, 저 못된 아줌마 .. 쳇' 그러고 보니 오늘은 도꼬와 놀아 주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집으로 달려가 포대자루는 한쪽에 던져 버리고 도꼬에 목에 걸린 줄을 풀어 손에 쥐고는 또 다시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도꼬는 자신의 발아래 닿는 눈이 너무나 신기했는지 마냥 좋다고 뛰어다뉘는데, 나는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집에서 도꼬를 델리고 나온지 체 5분도 되지 않아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잠자리에 들면서도 온통 썰매를 탈 생각으로 잠을 미루지 못했다. "오늘도 너희 아부지는 늦으시나 보다" 늦은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으시는 아부지를 걱정하는 어머니의 계속되는 염려섞인 말을 들으며 눈을 감는데.. 얼마나 지났을가.. "여보, 무슨 일이예요" "아뉘, 눈길에 그만..."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깨서 보니 아부지가 다치신듯 했다. 아직 잠이 깨지 않아 두손으로 눈을 비비고 아부지의 왼쪽 다리를 보니 퉁퉁 부어 있었다. "낮에 아이들이 우리 언덕길에서 썰매를 타더니, 그바람에 넘어졌네요.. 내일 병원에 가 봐요" "병원은 무슨.. 내일 아침이면 괜찮아 질꺼야" 밤새도록 아버지는 잠을 주무시지 못했다. 나 역시 잠을 자지 못했다. 따지고 보면 내 탓이기도 하다라는 생각때문이였다. '그래놓고 내일도 눈길에 썰매를 탈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아부지께 죄송한 생각이 든 나는 점심밥을 먹는둥 마는둥 씹지도 않고 밥알을 생으로 넘기며 집앞에 가득 싸여 있는 연탄 하나를 들고 썰매를 타고 즐거워 하는 아이들 위에 서서는 연탄을 깨어 길을 터 놓았다. 아이들에 엄청난 욕을 먹어야 했지만, 그것보다는 내 아부지가 오늘은 다치지 않고 무사히 집으로 오시는 것이 나에겐 더 중요하다 생각했다. 하얗고 이쁘던 그 길엔 씨꺼먼 연탄재가 지져분 하기도 했고, 코물이 코 끝에 그냥 얼어붙어 그것을 떼어서는 칼싸움도 가능할 만큼 추웠지만, 온 동네 연탄재가 동네를 뒤덮힐때 까지 연탄을 깨고 도 깨어야만 했다. 그날 저녁, 아부지는 어제 삔 다리가 완전히 나았다면 기분이 좋아 통닭 한마리를 사 오셨다. 꼭 착한 딸에게 내리는 선물인것 같아 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마구 먹어 대기 시작했다. 어머니, 아부지는 그런 나를 보시면서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라고 살을 발라 놓으셨다. "아부지, 제가요. 아부지 눈길에 미끌어지시지 말라고 연탄재를 다 깔아 놓았어요" "그래" "네 친구들이 막 뭐라고 했는데도요, 저는 아부지가 더 중요하니깐 .. 더 소중하니깐 ... " 순간 눈물이 와락 쏟아졌다. 나를 위해 일을 하시고, 나를 위해 이렇게 맛난 통닭을 사다주신 아버지를 생각하지 않고 썰매을 타는 것에 목숨을 걸렸던 나를 반성하며 흘리는 눈물이였을 것이다. 그런 나를 아버지는 영문도 없이 왜 우냐며 눈물을 닦아 주셨고, 그날밤 나는 세상에서 최고의 음식이라 생각하는 통닭을 배불리 먹고선 끄윽 소리를 내며 잠을 잤다. 그리고 나는 한달뒤 발렌타인 데이때 아버지께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선물을 해 드리고 싶어, 아버지가 걸어오시는 그 길을 말끔하게 쓸어 놓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