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담그는 날 올해도 벌써 정월이 중반에 이르럿다. 이 때쯤이면 연중 행사로 꼭 해야 할 일이 기다리고 있다. 정월에 간장 담그는 일이다. 원래는 "말"날 담아야 좋다고 하는데 바로 내일이 "말"날 이지만 난 시간에 쫒기는 사람이라 그런 특별한 날을 찾아서 담을 수가 없다. 일요일에 손자녀석이 저희집에 갔기에 그동안에 소금물을 내려 놓았기 때문이다. 마침 날씨는 화창해서 좋았고 소금물을 내려 놓았기에 시골에 부탁한 메주가 어제 저녁에 도착을 했기에 밤에 씻어놓았더니 아주 간편하게 담을 수 있었다. 나는 연중행사로 추석 지나면 바로 고추장 담그고, 설 지나면 간장을 담고, 100일 후에 메주를 떠서 된장을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간장은 좀 번거롭지만 꼭 다려서 담고 햇볕을 잘 받게 신경을 쓰는 편이다. 사실 해마다 이렇게 담아도 우리가 소모하는 량은 얼마 되지 않고 여기저기 지인들에게 나눔질을 하고 있다. 내가 남을 위해서 나눌 수 있다는 즐거움 하나로 해마다 넉넉히 담아서 이렇게 즐겁게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오래 전부터 간장이 맛이 없으면 그 해에 재해가 온다고 할 만큼 간장 담그는 일은 주부들의 연중행사의 하나로 그 집의 장맛으로 음식 솜씨도 가늠하였다고 하지만 지금은 세대가 변천하다보니 장 담그는일은 뒷전이되어 버렸고 아파트에 살다보니 담그는 일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래도 난 아파트에 햇볕 잘드는 장독대가 있어 늘 감사하며 간장이 익어갈 동안 날마다 나와 즐거운 대화를 나눌 것이며, 이 간장이 맛있게 익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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