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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 결혼 신혼
이 가을에 나의 추억 속으로...
이렇게 청명한 하늘을 보면 지난 잊지 못할,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아련한 추억이 그리워지는 것은 아무래도 내가 늙어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 같다.
37년 전으로 돌아가 나를 설레이게하던 그 시절이 그리워 그 추억 속으로 들어가본다.
그 시절엔 29세면 노처녀였던 내가 이런저런 집안 사정도 있고, 독신을 꿈꾸던 내게 백마탄 왕자로 나타난 한 남자를 만나 37년간 아웅다웅 살아오다보니 인제는 황혼의 저녁노을 맞게되었다.
우리는 당초부터 잘아는 사돈간이며 어려서는 이웃에 같이 살았었고 자라면서도 가끔 양쪽집안을 왕래했었는데 학창시절에 좀 뜸해졌고,성인이되어서 서로가 직장을 다니면서 우연한 기회에 그가 나의 직장엘 찾아왔다.
이렇게 되어 자주 만나게 되었고 드디어는 내가 작난기가 발동되어 단둘이서 여행을 가자는 제의를 했더니 쾌히 승낙을 해서 서로간에 이성은 잃지 말자는 약속을 하고는 속리산을 택해서 서울역 우등대합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부터 내 눈에 콩깍지가 씌워졌다.
먼저와서 기다리는 그는 하얀 와이셔스에 상의를 팔에 걸치고 서있는데 이건 완전 백마탄 왕자였다.
그동안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그런 느낌으로 열차를 타고 버스를 갈아타고 속리산에 도착을 하니 저녁때였다.
저녁을 먹고는 자는게 문제가 되어 숙소에가서 방 2개를 요청하니 하나밖에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한방에 투숙을 하게 되었는데 나는 본능적으로 방어태세를 가추고 있었지만 의외로 이 남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이 혼자서 잠자리에 들어 잠이들었다.
나는 혼자서 날밤을 꼬박새우고는 아침에 속리산 등반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등반 차림이 아니어서 몹시 불편했는데,내 복장은 다이트치마에 센들을 신고 있어 무척 힘들었다.
그런데 험하고 오르기 힘든 자리에서 손좀 잡아달라고 하니 이 남자는 손수건을 내놓으며 잡으라고 한다.
할 수 없이 손수건에 메달려 올라가긴 했어도 어쩐지 맘이 불편했다. 여기서부터 나는 오기가 발동을 하기 시작했다.
일직 하산을 해서 귀가를 하기로 했지만 이미 또 저녁이되어 차를 놓치고 말았다.
그런데 나는 그런걸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또 한방에 투숙을 하게 되었는데 나는 전날 잠을 못잔데다 어려운 등반까지해서 몹시 피곤해 나를 잡아먹으련면 잡아먹어라! 하고는 먼저 잠이들었다.
그런데 얼마를 자다가 눈을뜨니 새벽역인 듯 한데 이남자가 없는 것이다.
방문을 살짝열고 내다보니 마당에서 혼자 체조를 하고있는게 아닌가.
아마도 당초에 떠날 때 약속을 지키려고 결심을 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우리는 사돈이라는 걸림돌이 있어 그를 힘들 게 했던 모양이다.
나는 점점 오기가 생겨 대전까지 와서는 또 하루를 연장해서 3일째 한방에서 잠자리를 같이 했는데 철저하게 약속을 지켰다.
서울역에 도착을 해서 3일간의 일은 없었던일로 하자고 혜어졌다.
그런데 이 3일간이 문제가 되어 우리는 생 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퇴근하서는 날이날마다 만난다.
드디어는 그해 여름에서 가을을 넘기지 못하고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같은날 집에가서 고민을 털어놓고 우리는 드디어 꼴인을 하게 되었다.
그해 가을에 약혼을 하고 다음해 봄에 결혼을 했는데,여기서 웃지 못할 신혼여행길이 내 머리에서 살아지지않는다.
그때는 신혼여행이 별로 갈때가 없고 대부분이 온양온천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기차예매를 놓치고 버스를 타고 가게되었는데 좌석이 없어 빨강치마에 초록색 한복을 입고는 너무나 피곤해서 운전석 옆 엔진자리에 앉아서 가게되었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신부가 이럴 수가 있나? 하고는 융통성 없는 남편을 원망해본다.
꼭 그날 떠야야 되는 걸로 알고 이렇게 미련을 떨었다.
그때 워커힐이 새로 개장을 했으니 거기서 여장을 풀어도 되는 걸 지금생각하면 너무나 미련했지만 그래도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6남매 맏이로 들어가서 직장생활을 하며 퇴근을 할때도 대부분 같이 귀가를 했다.
이렇게 37년을 함께 살아왔지만 고지식한 남편에 때로는 아웅다웅하며 살다보니 인제는 꼭 있어야 할 사람으로 내 전부가 된 남편이다.
인제는 이런저런 사연도 다 뒤로하고 저물어가는 황혼을 아름다운 색깔로 장식하며 서로가 꼭 필요한 존재로 서로가 의지하며 옆에 있어도 그리운 당신으로 살고 싶고,지난날의 아름다운 추억만 자근자근 씹어먹으며, 여롭게 살 수 있도록,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