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노년 행복한 노후―제3부 노인을 위한 시테크 ⑴ 만학]

나도경,이현진 부부가 이씨가 만든 홈페이지에 실린 젊은 시절 사진을 보며 즐거워 하고 있다. 곽경근 기자
“난 요즘 꼬리를 먹고 산다우.”
날씬한 몸매에 잰 걸음으로 차를 내온 이현진(65·서울 길음동) 씨는 봄바람에 푸드득 꽃잎을 흔드는 모란꽃처럼 웃었다.
꼬리? 꼬리곰탕이 어르신들 건강에 좋지만 늘 먹기에는 느끼하지 않을까. 이씨는 또다시 바람 맞은 모란꽃이 되어 손을 내젓는다.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본 이들이 답장을 보내요. 그 꼬리말이야.”
아줌마닷컴이 여성들만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우먼블로그(blog.azoomma.com) 에서 ‘수련이 머므는 곳’ 이란 문패로 활동하고 있는 이씨는 그곳에서 최고령자이면서 팬클럽까지 갖고 있는 ‘인기짱’의 블로거다.
‘인생은 60부터라는데/늦게 시작한 것을/두려워 하지 않고/중간에 포기하지 않는다는/신념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그녀 자신이 쓴 소갯말처럼 60세 되던 해인 1999년 컴퓨터에 입문한 늦둥이 네티즌이지만 이제 컴퓨터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마니아가 됐다.
“적십자 봉사관(사회복지관) 관장으로 근무하다 명퇴를 했는데 하루가 얼마나 길던지….”
이씨는 그동안 짬짬이 배운 십자수도 놓아보고,지공예도 해봤지만 허전하기는 마찬가지. 33년간이나 일을 했다니 그럴만도 하다.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었던 그녀의 눈에 띈 것이 컴퓨터 무료특강.
‘자판이나 익혀두자’는 마음으로 수업에 들어간 이씨 앞에서 강사는 인터넷을 강의했다.알아들을 리가 없없다. 무슨 말인지 몰라 옆자리 젊은이한테 물어보자 짜증을 내면서 ‘할머니는 안되니 집에 돌아가시라’고 했다.
“알아듣지 못하는 것도 서럽지만 ‘할머니’라고 부르는데 기가 딱 질리더라고.그때까지 할머니 소리는 듣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건데 싶어 2주일을 다녔지만 가슴만 답답해져 결국 두손을 들기로 했다. 이때 아들이 “그만두는 것은 어머니 마음이지만 지금 그만두면 컴퓨터 옆에도 가기 힘들테니 알아서 하시라”고 했다.
이씨는 앞으로 컴퓨터 모르면 한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데 싶어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고용보험에서 마련한 명퇴자 재취업 프로그램 중 컴퓨터 무료교육에 다시 등록했다.
“못알아 들어도 한번도 빠지지 않고 1년을 배웠어요. 자꾸 들으니 기본은 알겠더라고.”
갖고 있던 사진 수백장을 스캔받은 이씨는 그것으로 홈페이지를 꾸미기로 했다.
다른 수강생들이 진도를 나가는 동안에도 홈페이지 만들기에만 매달렸다. 겨우 완성을 했지만 인터넷에 띄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홈페이지만 인터넷에 등록하면 그만두기로 마음먹은 이씨는 같이 배우는 젊은이에게 체면불구하고 통사정을 했다.
“인터넷에 연결해 뜨는데 너무나 좋아 쓰러질 뻔 했어요. 태릉에서 성북동 집까지 오는 도중 가슴이 너무 벌렁거려 중간에 내려서 청심환을 사 먹었다니까.”
말 타면 경마잡히고 싶다고 했던가. 홈페이지를 만들고 나니 정말 할 수 있을 것 같은 욕심이 생겨 이것저것 기술을 익혀나갔다.
사진마다 정감어린 글귀로 설명을 붙여 아기자기하게 만든 이씨의 홈페이지는 2002년 하이홈 제1회 홈페이지 경진대회에서 입선을 했다.
“홈페이지보다 블로그가 더 좋아요. 보는 사람이 많고 반응이 빠르거든.”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꼬리를 달아주는 블로거들 덕에 사는 재미가 새록새록 더한다는 그녀는 하루 24시간이 너무 짧다고 타박한다.
컴퓨터에 관한한 아들보다,영감보다 한 수 위라고 자랑하는 이씨는 이제 컴퓨터로 은행일을 보고 쇼핑도 하고 있다.
이씨의 남편 나도경(66)씨는 “컴퓨터 앞에 앉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면서도 뭔가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한다. 나씨도 2002년부터 시민대학에서 영어 회화를 배우고 있다.
“앉아서 외우고 일어서면 잊어버려요. 공부야말로 때가 있는 게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려고 올 봄학기에도 등록했어요.”
“2년째 배우는 데도 별 진전이 없는 것 같다”고 이씨가 퉁바리를 주자 나씨는 “영어회화는 컴퓨터와는 다르다”며 그래도 이제 해외여행가면 길을 물어볼 수준은 됐다고 큰소리를 친다.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공자 말씀이다. 이씨 부부는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맛보는 데 나이는 아무런 장애도 되지않음을 보여준다.
김혜림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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