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거리는 땡볕과 여름소낙비, 매미와 맹꽁이 울음 소리가 지쳐 가면서 여름이 자꾸 져가고 가을이 조금씩 밀려오고 있습니다.
땅속에서는 고구마와 토란이,땅위에선 호박이 제 몸을 늘려 가느라 바쁘고 따가운 늦여름 햇살 사이로 고추가 빨갛게 익어갑니다. 수수대 위에선 빨간 고추잠자리가 인기척에 놀라 날아 오르고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익어가는 들깨밭 사이로 메뚜기가 뛰어 오릅니다.
여름뜨락을 아름답게 채우던 봉선화와 채송화, 맨드라미와 칸나, 해바라기도 가을속으로 묻혀 갑니다. 플라타너스의 넓직한 잎이 기운을 잃어 늘어져 있고, 여름에 피던 들꽃들도 자취를 남기고 빈잎으로 휘청거립니다.
길가에 빨갛게 피어있던 배롱나무 꽃이 시들어 가구요, 아파트앞 공원엔 애기사과가 붉게 익어갑니다. 대추열매는 햇살을 반사하며 옥보석처럼 빛납니다. 따가운 열매와 폭우속에서도 안으로 겸허하게 열매를 준비해 온 감과 밤이 튼실히 열매를 키워 갑니다.
여름이 끝나갑니다. 여름따라 여름 들꽃도 져 갑니다. 여름이 달아납니다.
여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기보다는 다가오는 가을을 향해 마음을 활짝 열고 싶습니다. 여름은 8월과 함께 끝나는 것이 아니구요, 가을의 열매 속에서 익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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