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서서히 저물어 가는 이맘때쯤에
난 항상 연중 행사로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노트를 정리한다.
오랫동안 연락되지 않는 이름은 지워 버리고
새로 친구가 된 이름은 등록을 한다.
등록할때 보다는 이름을 지울때 더 많이 망설여진다.
연락이 끊긴지는 얼마나 됐고 왜 그랬을까?
그냥 스쳐가는 사람도 있지만
깊게 오랜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많다.
어느날 가볍게 만나서 흔적도 없이 잊혀지는 이름들도 있고
이제는 내 인생의 일부가 되버린 사람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제 노트에 그렇게 등록되기도 하고
지워짐으로 흔적들을 남긴다.
오늘 노트를 정리하는데 유난히 마음을 끄는
한 친구가 있다.
살인혐의로 전주 교도소에 복역중인 무기수 한 형제..
며칠전에 도착한 연하장에도 답장도 못했는데..
피곤한 몸을 가누면서 재소자들의 이상유무를
살펴보는 교도관들,
그리고 건물외각 경비를 담당하는
경비교도대원들의 거칠은 군화소리,
고래같은 큰 철문을 여닫는 시끄러운 쇠소리...
여기에 밤늦은 시간까지도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며
잠 못 이루는 재소자들은 뒤늦은 후회에
지난일을 괴로워하면서 무릎을 꿇고
회개의 기도를 올린다.
그리고 담밖의 아내와 부모님께는 안부편지를 쓴다.
이게 바로 교도소안의 풍경이다.
그 형제는 추운 겨울을 어떻게 교도소에서 지새울까?
많이 걱정이 된다.
매달 찬양사역자들과 함께 교도소를 찾아
위문공연을 했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벌써 두어달 가지 못했다.
세밑에서 그 형제들이 많이 그립다.
교도소에 있는 재소자들은 우리와 다른게 하나도 없다.
차이가 있다면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과
똑같이 우리 모두 죄를 범했지만 그들만 걸려 들었을 뿐이다.
"죄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