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쟁이들의 옹아리
마이크 뒷 얘기 2003/12/14 18:20   http://blog.azoomma.com/jeongann/109368

12월도 벌써 중반전을 향해서 달려간다.

 

그래도 몇잎 남은 잎새들이 있었는데

 

가볍게 부는 겨울 바람은 마지막 잎새마져도 떨쳐 낸다.

한해가 가는 이런 날,

 

오늘 같은 날엔 그리운 사람들과

뜨거운 김치전에 동치미 한사발 곁들이면서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면 금상첨화이리라.

그래서일까?

후배 부부가 어린아이를 데리고 우리 집에 놀러 왔다.

보이는 것은 모조리 입으로 들이 밀면서 옹아리를 해댄다.

그렇다,

옹아리,

아나운서들에게도 옹아리를 하는 시기가 있다.

애청자들에게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

정확한 발음을 구사해야 하는데

아나운서들은 수습기간에 옹아리를 배운다.

그래야 뉴스를 하면서 정확하게 음가를 발음하고

의미를 시,청취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비 아나운서들에게 옹아리가 필요하고

혹독한 훈련을 통해서 멋진 아나운서로 자라나게 된다.

아침에 출근하면 스튜디오안에 들어 가서

기역,니은 디귿....

가,갸,거,겨,구,규.....

각,간,갇,갈,감,갑,갓....

엄마,아빠를 배우기도 전에 했을 법한 단어들을 조아린다.



그리고 옹아리를 하면서 군대보다도 더 강하게

선배들의 뒷바라지를 도맡아 해야 한다.

아나운서가 되었다는 자랑하번 못해보고

사무실에 출근해서는 옹아리하면서

 

사무실 청소, 화장실 청소는 무조건 예비아나운서의 몫이다.



하루동안 옹아리를 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버스 제일 앞에 앉아서 퇴근할 때도

지나가는 간판을 보면서 발음훈련을 한다.



'여기는 지금 전주 인터체인지 앞입니다.

고속버스에 많은 사람들이 몸을 실은채

서울로 서울로 달려 가고 있습니다.

저녁 7시에 전주를 출발한 고속버스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앞으로 세시간후인 저녁 10시경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말씀 드리는 순간 버스는 다시 팔복동을 지나

전북대학교가 있는 덕진동에 도착했습니다.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갑니다.

전라북도의회 건물이 보입니다.

30대 주부가 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리더니

건물안으로 들어 가기 직전입니다.

드디어 슛, 골인....'



옆에 앉아 있던 승객들이 웃고 있다.

그들은 속으로 아마 그랬을 것이다.

양복을 말끔히 차려 입은 젊은이가 왜 벌써 저렇게 됐나?

쯧쯧...



아나운서 수습교육을 받을때 정신병자 취급을 받아도

하루도 쉬지 않고 지껄였던 이유는

훌륭한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던 뜻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얼마나 옹아리를 해대는가?

다 올라갔다고 교만해하지는 않는가?

다시 옹아리를 하던 시절로 돌아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아나운서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