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를 다시 돌려 주세요.
기본 주제방 2003/12/12 10:20   http://blog.azoomma.com/jeongann/109107


인류 역사가 발전하면서
점점 남자들이 힘을 잃어왔을까?
수렵사회와 농경사회에서는 여
자의 연약함보다는
남자의 강인한 힘살이 위력을 발휘했다.

이런 사정은 산업사회까지는 그런대로 유지 되었는데
이제 정보사회가 되면서 남자들은
거의 무장해제된 병사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몇년전만해도 월급날이 가까워 오면
아내의 애교는 극에 달한다.
그리고 목에 힘을 주면서 내밀었던 노란 봉급봉투.
그속에는 내 땀도, 내 자존심도 배어 있었다.
"여보! 수고하셨어요. 한 달 동안 고생 많았지요?”하는
여우같은 아내의 위로의 말도 잊지 않았었다.

봉급날이면 비록 두툼하지 않은 봉투지만
아내에게 월급봉투를 건넬 때 모든 남자들은
목에 힘을 줄 수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봉급날이 되어도 남자들이 월급봉투를 건네주면서
단하루 아내들에게 세웠던 자존심도 세울 수 없게 된 것이다.

 

 돈을 쌓아 놓고 가계부를 정리하는 아내를 보고 나서야
봉급날이란 것을 알아 차린다.

요즈음은 월급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회사가 거의 없다.
그래서 통장을 아내가 관리하는 가정의 남자들은
한달동안 열심히 일하고서도 봉급은 만져 보지도 못한다.
그저 봉급명세서 한 장 만을 손에 쥐게 될 뿐이다.

봉급날이면 책상에 봉급봉투가 얹혀진다.
그러면 빳빳한 만원짜리를 침을 묻혀가며 세기도 하고,
할부값이나 외상값 등을 받기 위해 회사 앞에
진을 치고 있던 장사들의 모습,
집에 가서 아내한테 두툼한 봉투를 내밀며
큰 기침을 하던 남편의 모습,
그 봉투를 받아 들고 좋아하며
미리 준비해 둔 영계백숙을 차려 주던 아내의 모습,
친구들과 마신 술 외상값을 갚기 위해
월급봉투의 금액을 고치고 삥땅을 하려다 들통이 나서
아내에게 혼이 나곤 했던 남편의 모습,
이런 재미있었던 사연들이 지금은 추억속으로
사라지고 만 것이다.

술을 좋아하던 한 동료는 친구들과 기분 내며
술을 실컷 마시고 봉급의 상당액을 술값으로 날리고
집에 들어가 부부싸움을 벌였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술에 취해 집에 들어 가다가
봉투 채 몽땅 소매치기를 당하던 일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직원들 봉급을 주기 위해
은행에서 현금을 찾아 가지고 오다가 강도를 만나
자루 채 털리는 일도 간혹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나?
아빠의 청춘을 외치며 월말이면 자랑스럽게 흔들고 들어가던
월급봉투가 없어진 이상 이제 내가 설 곳은 어디지?
더 이상 젊지 않은 몸은 나이와 함께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비대해졌고
그 덕에 그렇지 않아도 내 남성까지도
더욱 작아지고 위축되어 온다.

한 달의 생활비가 얼마인지?
쌀값이 얼마인지 조차 모르고 사는 하숙생같은 이런 삶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잡아 본 순간
거칠어진 손 마디가 너무나도 안타까웠소 -

한 달 내내 고생고생 벌어 온 월급봉투를 앞에 놓고,
흥! 이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어떻게 살아 나간담,
이그, 지겨워! 하고 남편으로 하여금
비참한 마음을 가지게 만드는 부인도 있을텐데
난 그래도 행복하잖아~~!!!!
그리고 28일에는 나에게도 좋은일이 있단다.
사원 아내들이 볼까봐 얘기 못하지만
암튼 그 날에는 침 묻혀 가면서 한번 세어 보련다.
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