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을이라면/김민소
내가 가을이라면
그대의 황폐한 마음에
능금빛 색채로 침잠되렵니다
이별이 할퀴고 간 상처로
끙끙 앓았던 삶의 뜨락에
단풍이 줄줄이 머물 수 있도록
내가 가을이라면
그대의 여린 심지에
억새풀 강인함을 심으렵니다
여름날, 지독했던 땡볕에
까맣게 타들어간 뼈 마디마다
다시 희망을 이식할 수 있도록
내가 가을이라면
그대의 앙상한 울타리에
태양을 꼭 닮은 지붕이 되렵니다
휘몰아쳤던 장대비로
모든것을 잃어버린 가슴속에
천연빛살이 다시 춤을 추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