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좋은 야그 2004/08/10 13:12   http://blog.azoomma.com/jeon12321/149699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김현태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