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라시드가 불쑥 말한다
- 엄마가 좋아하는 그사람, 누구더라? 그사람 죽었대요
나는 짐작으로 그사람이 '파바로티'라는 것을 느낀다
- ... 응
- ..
아이는 조심스럽게 내 안색을 살피더니 제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천성적으로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충격< Shock> 을 느리게 받는 나
아이의 언급에 다시 파바로티가 떠오른다
나는 문득
파바로티를 의지하며 살던 때와,
그가 떠난 지금을 내 앞에 함께 두고 비교해본다
그때는 그의 노래가 없으면 안될것처럼, 매달려 살았다
오죽했으면 라시드까지 파바로티를 알까
다시는 그를 볼 수 없게 된 이제,
나는 누구를 떠올리며 의지를 삼아야 하나
아니면,
내가 그토록 절박한 상황에서 이제는 벗어났다는 뜻일까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스트레스 받고, 지칠 때가 많은데
그가 없어도 되나
누군가의 노래를 씨디나 방송으로 들었을때
고인이 된 가수의 노래는 전과 같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는 이미 추억일뿐이다
나에게는 그렇다
주말에 친구와 카이로 재래시장을 몹시 걸었다
주말 내내 기분이 별로 였는데
애기들 데리고 하루 종일 걸으니 짜증나고 힘은 힘대로 들고
다 지나고 생각하니, 그렇게 쌩고생하는 바람에
파바로티 상실로부터의 충격을 더디 받았다
이제 모락모락 슬픔이 온다
굉장히 허전..하다 울지도 모르겠다
.. 그래요, 내가 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카이로에서] 2007년9월9일 여기까지 쓰고, 눈물이 벌써 굴러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