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통 잠을 이루지 못한다.
문득 인터넷 한자락 끄트머리에서 고국의 가을을 보았기 때문이다.
빠알간 단풍도 가고
사람들의 옷소매도 길어졌다.
산사의 아침은 여전히 청명해보이고
알맞은 기후에 사람들의 표정도 활기차보인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시름을 덮고 사는 사람들
가을을 이고 사는 사람들
거기에 있었더라면 나도 이었을 가을
헤어진 연인처럼 고국의 가을이 못견디게 그리운 건 아마도
마지막에 보았던 고국의 모습이 바로 가을이라서일 게다.
..
카이로에도 가을이 왔다.
날씨도 쌀쌀하고
라마단도 끝나고
뒤이은 축제도 어제로 끝이 났다.
이제는 열심히 사는 일만 남았다.
고국의 가을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시간을 태우는 일만 남았다.
몇 번의 사업의 고비가 있었을지라도
이제는 훌훌 털고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신은 그리 오래 참아주지 않는다.
머지 않아 가을이 물러가는 것처럼.
내 앞에 가을이 왔을 때 잡아야 한다.
붉은 단풍도 맺고 청명한 나만의 하늘도 자아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요즘 잠을 못이룬다.
가을을 잡으려고 잠을 자지 못한다.
2004년 십일월에 카이로의 새아파아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