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한국이란,
이집트 생산품 2004/08/27 20:08   http://blog.azoomma.com/inshallah/155040

8월 26일

 

 

 

선배님 한 분이 한국의 '신라면' 몇 개와 김치를 갖다주셨다.

이제 막 담갔다는 짙은 주홍색의 그 김치가 얼마나 맛이

있던 지 라면 한 개, 밥 한 공기와 함께 거의 1/3을 나 혼자서

뚝딱 해치웠다.

 

선배님은 다이어트 중이라며 고작 블랙 커피 한 잔만 드셨는 데

.. 나 혼자 아귀처럼 먹을 때는 눈치없는 짓 하고 있는 줄도 몰랐다.

 

드셔보라 소리 한 마디 안했던 것 같다.

 

선배님은 그저 허허.. 웃으셨고.

다 먹고 난 나는 배시시 고개 돌리며 ('끄윽..') 가벼운 트림을

눈치 못채셨겠거니.. 하고 해버렸다.

 

이삿짐은 가득 쌓여 어디 엉덩이 붙일 데도 변변치 않았는 데..

 

선배님과 나는 에어컨바람 쌩쌩 나오는 안방에서 침대 위에 앉아

네 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다.

 

한국사람 없는 데서 살려고 애쓰면서도 정작 한국사람이 그리워

끝없이 맴도는 나와, 한국사람들 속에 섞여 근 20 년간을 외국

 속의 한국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선배와..

 

외국어라고는 남들 다 하는 영어 밖에 모르는 나와, 그 어렵다

는 아랍어를 유창하게 하시는 선배.

 

 공통점이라고는 '한국사람'이라는 찐한 거 하나 밖에 없는 우리

였지만, 그분에게서 참 많은 것을 배워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랍권에서 십 년 이상 살 계획은 전혀 없는 나이지만, 말은

익혀두어야 할 것 같다. 우리 나라에 지역전문가도 태부족이라

는 데.. 뭐 도움줄 수 있는 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남들은, 조국이 나에게 무엇을 해주었느냐 반문하지만,

나는 한국에 감사한다.

내가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을 감사하고, 한국에서 청년기를 보낼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조국은 내게 분명히 적지 않은 것을 선물하였다.

오히려, 나는, 나를 태어나게 한 나라에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 데..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그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아름다운 지를. 한국인의 정서와 사고방식이 얼마나 합리적

이면서도 인간적인 것인 지를.

 

내가 한국을 떠나올 땐 한국이 어딘지 모르는 외국인들도 많았다.

지도를 펼쳐 가르쳐주려해도 너무나 작아서 코리아라는 활자에 가

려진 것도 있었다.

 

 깨알같이 작은 땅덩이를 가진 나라.

인류문명의 발상지들과 비교하기엔 턱없이 짧은 나라.

아무도 알아 주지 않았던 오래 전부터 세계 제일의 나라들을 감히 경쟁자로 삼아 고군분투해온 나라.

 그리고 이제는 세계무대의 주역의 자리를 넘보고 있는 나라.

 

 .. 어머니는 늘 그러셨다. 의미있는 사람이 되라고.

세상이 나를 내었을 땐 이유가 있는 거라고. 그러니 헛되이 사는 일을

경계하라고.

나는 내 어머니가 '그저 평범한 한국여성'이라고 생각한다. 일개 여성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나라는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나는 이것이 남녀를 차별하지 않고 가르쳐온 우리의 교육과 풍토 탓이라고 생각한다.

 

'사우스 코리언'이라는 말, 나에겐 어느새 가슴 위의 훈장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