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 태어나 가장 비참한 것은 쓰일 데가 없다는 것이다.
책만 파고들면 무엇 하나? 내 말과 글로는 세상을 조금도 바꾸어 놓지 못하는 것을.
몸을 움직여 할 줄 아는 일이 무엇이던가? 고작 종이를 묶어 책을 만들거나 밀랍으로
윤회매를 만드는 것뿐. 그러나 살아가는 데는 조금도 보탬이 되지 않는 일들.
이제까지 무엇을 하며 살아왓던가. 여전히 세상 어디에도 쓰일 곳을 얻지 못한 채...
[책만 보는 바보] 중의 글입니다.
출세하지 못한 선비의 마흔즈음의 우울이 진하게 묻어나네요.
양반 체면에 허드렛일을 할 수도 없고 얼마나 답답하고 괴로웠을까요.
옛날이나 요즘이나 삶이 주는 무게는 어깨를 짓누르는군요.
그러나 희망을 잃지 말고 언젠가는 요긴하게 쓰여질 그 날을 위해 늘 노력해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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