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고 흘러서 저녁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 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 밖에 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지리멸렬님 방에서 스크랩해온 시입니다
할머니가 토요일 오전에 돌아가셔서 어제가 발인이었죠
할머니를 납골묘에 모시고 친정집에서 목사님과 발인예배를 드리고
모두 지친 상태라 두어시간 낮잠을 자고 있는데 고모부께서 운명하셨다는
비보를 또 들어야 했습니다 할머니가 사위를 길동무로 데리고 가셨나봅니다
제게는 둘째 고모부가 되시는 우리 할머니의 사위는 평소에
그렇게 장모님을 좋아하시고 친어머님처럼 잘 하시더니
저승길도 혼자 보내드리기 싫어서 함께 가셨다고들 합니다
자식들을 너무나 사랑하셨던 할머니.......3년전쯤
쓰러지시고 대소변을 가리시지 못하셔서 할머니방에서는
너무나 역겨운 냄새가 났습니다 문을 열면 그 눈이 저를 너무나 반기셨는데
어이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마음의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 냄새가 역겨워서
슬며시 외면하고 문을 닫곤 했습니다 숨을 거두신 할머니의 몸은
너무나 차갑고 딱딱했습니다 그리고 얼굴은 평화롭게 보였습니다
한 줌도 안되는 재로 육신은 남고 이제 만질수도 없지만
저 위의 시처럼 할머니는 깨끗하고 넒은 하늘로 내 가까이 계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