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타임머신을 타고 십년전으로 되돌아갔었다.
오후 늦게 기타앙상블을 같이 하던 선후배들을 만났었다
허름한 주점에서 따끈한 오뎅국물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우리는 세월을 잊었다
눈가엔 주름 몇 개를 훈장으로 달고 있어도, 아줌마들이 집생각 없이 뭐하는 짓인고 하는 남편의 째려봄이 눈에 선해도 그냥 원없이 마셨다. 딱 십년 전의 우리처럼 ^^
그 때는 세상의 어떤 것에도 관심이 가지 않았었다.
대단한 연주가를 꿈꾼것도 아니었다. 그냥 연습실에 있으면 편안했다.
아마도 기타랑 연애를 했었나보다. 돈이 생기면 기타줄 사고 악보사고 연주회 보러 다니느라 옷도 구두도 못 사서 늘 언니꺼 훔쳐 입느라 싸우기도 여러번 ㅎㅎㅎ
그 때 내 소박한 꿈은 작은 기타학원 하나 차려서 기타치는 남편이랑 콩나물 장사를 하는 거였다. (난 음악가를 콩나물 장수라고 부른다 음표가 콩나물을 닮았으니까)
꿈은 꿈으로 끝났다. 중매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 속전속결로 결혼을 했으니까.
후회? 안한다. 아마도 나랑 비슷한 사람 만났다면 학원 쫄땅 말아먹고 지금쯤 사채업자에게 쫓겨 다니는 신세가 되지나 않았을까 ㅎㅎㅎ뻔하다. 난 돈 계산을 잘 못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참 즐거웠는데 시계를 보니 새벽 한 시 반...
집에 갈 일이 슬슬 걱정이 되었다. 조선시대 사대부 대감같은 울 남편 불러내면 분명 일장연설을 할테고 택시를 타자니 불안하고 어쩌나 하고 있는데 후배가 남편을 불러냈다.
그 신랑 참 착하기도 하지.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한 사람씩 집에 데려다 주고 다음에는 같이 한 잔 하자 한다. 집에 가서 대판 할지는 그 집 사정에 맡기고 덕분에 난 무사귀가 ^^* 남편이 한 마디 했다. 자~~~~알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