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그 후
돈 2009/10/10 17:02   http://blog.azoomma.com/ifg01/282490
추석 전에는 전화 문자질이 바쁘다.
" 좋은 추석. 좋은 명절입니다"
" 좋은 명절 뜻깊게 보내시길."
" 가족과 함께 즐거운 명절 되세요"
" 고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즐거운 명절 되세요"
동네 입구 정자나무에 내 걸린 긴 현수막이 있으면 좀처럼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던 느낌이
조금 기운이 올라간다. 이러쿵 저러쿵 라디오에선 온 고속도로 생중계도 시끄럽고 그냥 음악만 디립다 소리 높이고 그렇게 지내는 추석인데.  이 추석이 끝난 후 그 뒷애길 하고 싶다.
안부 문자 온 걸 일일히 답장부터 보내주고. 그 다음엔 또 빠진 안부 없나 수신확인하고
명절 내내 한 통화 수신음이 울리지 않는데.
명절이 끝나면 뒷풀이 마냥  또 전화가 불난다.
" 야 야 이번에 동서랑 대판 한 번 붙었는디 이거 전화상으로 긴 말 못하고 우리 어디서 만날까?"
수다라면 내 친구 따라갈려면 허구헌날 날잡아 고돌이 치는 것만큼 따라 다녀야 한다. 나는 고스톱을 칠 줄 모르니 망정이지, 언제 그 수다에 걸려 왠종일 붙들려 시댁애기부터 친정에 올케가 추석명절에 뭘 입고 나타났고 신발은 무슨명품 구두라느니   받은 선물 목록까지 들으려면 일박이일 코스다. 그래도 이 친구 수다는 들어 줄 만하다. 소위 세상 돌아가는 세태나 정보교환은 아니더라도 뉴스정도는 아니더라도 가끔 건지는 좋은 소식은 있다.
 
또 다른 한 친구 애기다.
" 온 몸이 안 아픈데가 없어? 우리 찜질방에 가자? 니 언제 올 래?"
나는 뜨겁거나 더운데는 일부러 찾아 가자는 내 친구 말을 듣고 또 명절 증후군에 걸린 것을 직감한다.
대개 큰 며느리들은 말 못하고 끙끙대다가 속이 답답하고 울화통 터지면 또 누굴 잡아서 속풀이를 하던 푸닥거리를 해야 몸이 뭉친 것이 풀리는데. 이런것을 만만하게 들어 줄 상대도 장소도 흔하지 않다. 이 친군 나에게 몇 년을 두둘겨 맞은 고객이다. 어깨 뭉치면 어깨 때려 달라고 전화질이고. 그 어깨가 안풀리면 잠이 안온다고 울상이고 그러다보니 얼렁뚱땅 나는 주치의 마냥 찜방에 마주 앉아 그 애길 들어보니 그 속사정이 어디 남의 애긴가? 다 우리 큰 며느리들 하나같이 똑같은 속앓이들이 풀지 못해 얻은 스트레스다. 찐계란 한 판 까면서 떠는 수다를 떨어야 스트레스가 확 풀리니 나야 애길 들어주고
계란 까주고 얼쑤 추임새 붙이고 그렇구나 몇 번 하면 이 친구 까르르 웃다가 또 수다가 바뀐다. 엄친아라고 누구네 아들은 어딜 취업을 했는데, 연봉이 기천이네 , 시집 보내는데 기천만원은 있어야 하네, 그 빌어먹을 아직 쓴 적 없는 돈 애기로 신세한탄으로 빠지면 나는 그제야 이젠 수다가   막장이구나 짐작한다. 누군 별 수 있나? 사는 게 그게 다 거기서 거기지. 나는 이 대답을 속생각으로 미리한다. 내 친구 이 애길 해 주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누구 대신이라도 말이다.
또 다른 한 친구 전화가 왔다.
" 야 야..울 시어머니 위독하시단다? 아이그 엊그제 오라고 했는디 못 가서 그런가벼?"
추석이 막 지나가고 몇 칠 새에 이상한 것은 어른들이 자주 위독하시고 부고장이 꼭 한 두장 날아온다.
친구 시어머니라도 찾아 뵈야지, 자리 치워가면서 문득 문득 울 어머니가 지금 연세가 어떻게 되시더라?
시집살이에 결혼 생활 수 십년 하다보면 부모님 연세도 제대로 따져 보지 않으면 확실히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늘 계실 것 같고. 항상 옆에 계시던 묵묵하시고  넓은 그늘처럼 두터운 정이 고인 부모님 자리인데. 마지막 추석을 같이 지내시;고 느닷없이 소천하셨다는 부음을 들으니 복이라면 아주 큰 복 받으신거다. 수 년동안 내내 병중에 계셔서 온 가족이 아주 힘들게 지내다가 가신 분 들이 얼아나 많은데. 내 친구에겐 또 그렇게 위로를 했다. 그 친구 한 때 나에게 그렜다. 울 시어머니는 늙으시지만 친정엄마는 안 돌아가실 줄 알았다고 한다. 나도 그 애길 듣고 애구 울엄마 지금 머리가 반백이신데, 염색은 죽어라 싫다시네, 왜 걸냐고 하시니 근다고 흰머리가 안나는 거 봤냐? 그냥 그런데로 신경 안쓰고 살란다고 하시던 울엄마 생각난다. 어쨋거나 추석후에도  잘 보내셨나 또 전화를 드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