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흐 나랑 같이 사는 남자는 여기다 이렇게 흉을 보고 있을 줄 꿈에도 모를 거다. 하루에도 열 두번 이거 살아 말아 고민하다가 내년엔 결혼 20주년 된다. 하긴 내년 울 아들 고3 된다. "엄마! 아빠가 어디가 좋아서 결혼했어?" 딸이 묻긴 묻는데 그 대답이 뭘로 할지 그 감정이 도통 생각도 안나고 뭐라고 하긴 해야 하는데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 속 엄청 썩게하고 내 말 겁나 안듣고 돈도 못벌어 고생 지지리 시킨 남편 흉을 본다. 겨우 한 줄로 요약되는 흉이 겨우 요건가 한 참 더 뭐 없나 찾아 보긴 했는데. 거기서 거기다. 대신 남편이 요즘 내 눈치를 본다. 왜냐? 남편 친구 마누라가 최근에 통장들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돈도 별로 없는 통장간수를 갑자기 자기가 한다고 하고 어딜가면 언제 올 겨? 이거뷰터 확인하고 시장 볼 거 있으면 부르라고 하고 그러면서 무거우면 못 드니까 자기가 들어 준다고 한다. 남의 집 마누라가 나갔는데 정신 차린 남편은 이 남잔가? 헷갈리네. 그나저나 그 마누라 어딜 갔을까? 아무리 기 십억을 들고 도망가도 어차피 지구는 못 벗어 날테고. 또 괜히 심란해진다. 로또복권 당첨되어 멀쩡한 부부 각자 몫을 챙기고 이혼한지 만 사년만에 둘 다 알거지되어 돌아 온 애길 듣고 보니 어리뻥뻥하다. 이런 일이 부지기수 태반일텐데. 아무튼 같이 살 때 뭐든지 해 줄 수 있을 때를 놓치지 말라는 애기로 들린다. 아직도 내 남편은 여전히 남들처럼 돈도 못 번다. 나처럼 학벌도 학력도 미달이다. 부족한 것으로 말한다면 별 게 다 흉이다. 모자르고 덜되고 미숙한 투성이. 그래도 어쩌랴? 로또 당첨 안되길 천만 다행으로 알고 살아야지.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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