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애길 했는데 기억이 어디서 짤렸나 또 다시 감아보고 재생하려니 괜히 나이탓만 한다. 그 동안 써놓은 걸 보면 되지. 어휴~~ 항소를 잘 해야 한다면서 나에게 빈 노트 두 권을 준다. 항소 이유서다. 껍데기에 일차 재판에 불복하거나 타당하지 않을 때 신청하는 이유를 쓰라고 할머니가 나에게 당신의 다섯 권 중에서 두 권을 준다. " 나중에 쓸 때 필요한 것이니까 갖고 있어?" 잘 해주는 것도 없는데 나에게 잘 해주는 할머니시다. 나중에 알고보니 울 친정엄마랑 동갑이네. 에구 이거 참 어머니라고 불러드릴까 고민이 되고. 하루종일 앉아서 하루를 나기는 생전 처음 겪은 경험이라 처음엔 얼떨떨하고 나중엔 지겨워서 뭘 할까? 두리번 거려도 늘 똑같은 벽에 시계도 피씨도 전화도 없는 곳에 유일하게 TV는 한 대 있다. 방 평수에 맞춰서 작은 게 유일한 세상과의 소통되는 길인데 소통도 아니고 그냥 우린 구경하는 일종의 관중석 같다. " 어휴~~ 내 나이에 애들 손주 봐 줘 가면서 살텐데..무신 복도 이리 지지리 없나?" 할머니가 또 푸념이시다. 그제야 내가 한 가지 물어 볼 게 생각났다. " 할머니 뭔 죄를 짓고 여기 오셨어요?" 하고 여쭤보면 혼 날까 싶고 이러 저러헌 이유로 왔다고 애길 들어도 나와 같은 처지인데. 에라이 모르겠다. 잠만 잘 자서 곰퉁이라고 붙은 별명이 구치소에서도 이렇게 잘 써먹을 쥴 누가 알았나? 흐흐 " 저어기 ! 뉴스 안 봤어? 대출사건!" 할머니가 누워 있는 나에게 뭘 봤냐고 그러는데 " 내가 그 대출사건에 휘말려가지고 여길 이렇게 된 거여.." 속으로는 가슴이 뜨금했다. 아직 안 물어 본 게 다행이지. " 얼마나 되는데유?" " 응 18억 되나?" " 예?" 어휴~~ 억하다가 또 뒤로 벌러덩 자빠졌다. "근디 애기엄마는 얼마나 되는디?" " 천 만원이 된다든가? 넘는다든가?" 이 번엔 할머니가 손바닥으로 바닥을 치면서 기가 차듯이 날 본다. " 아니 그 것 때문에 구속이 된 거여?" 나도 할머니도 둘 다 어리벙벙하다. 이거 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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