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세 어머니
일흔이 다 되어가는 둘째 딸.
마흔이 넘어가는 외손녀.
내가 요즘 돌보는 환자의 가계도다.
" 야 ! 오늘 갱경에 가자 새우젓 사러?"
주사를 하도 맞아 퉁퉁 부은 손에서 열이 나서 아구구 아구구 나 죽네 하다가도
별안간 뜬금없이 새우젓을 사러 가자고 하시는 데.
일흔 된 딸이 기가 찬가 어이가 없는 얼굴이시다.
" 뭔 김치 담글라구유?"
' 요즘은 열무김치가 젤이다아?"
" 새우젓에 담글려구유?
' 야! 니는 새우젓에 열무김치 담그냐?'
모녀간에 대화를 들으면 어느 평범한 일상에 평범한 대화다.
하루를 더 살아도 위아래 구분짓는 데. 이 할머니 앞에 내가 서면 거진 반세기를 넘나들어 시공간차가 엄청나다.
구십노인네나 백수를 훌쩍 노인이나 눈빛은 밤에 빛나는 별보다 더 초롱초롱하다.
비록 치매노인이라고 해도 눈빛은 절대 흔들림은 없다.
꼭 깊은 우물색을 들여다 보듯이 한 참 마주보다가 아! 이렇게 늙어가는 것이 순서구나 했다.
발작을 일으키시면 순식간에 벌어지는 상황은 누구도 말리지 못한다.구르고 넘어지고 벽을 박박 긁을때도
나만 옆에 붙어서 그 많은 대화를 하다보면 나도 같이 치매걸린 것 처럼 옛날에 지금에 미래까지 책임 못 질 애기를 해야한다.
그런 진행상황을 지켜보던 따님이 어느날 슬며시 푸른 쇼핑백에 검정봉투를 둘둘 싸서 뭔가를 나에게 슬쩍 주는 데.
" 내가 줄 것은 없고..얼마전에 선물이 들어 왔는 디..새우젓이여..에궁 내가 젊은 엄마에게 못할 짓을 맡겼네..넘 미안하구..대간하지?"
대간하냐구 묻는 데. 충청도 사투리로 힘들지, 피곤하지 이런 뜻이 있다.
" 힘든 건 어머니시죠...오늘 참 열심히 사느라 얼마나 힘들겠어요?
오늘 그 새우젓을 무쳐 밥을 먹으니 밥이 맛있다. 그 할머니가 생각난다. 미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