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곰퉁이 간병일지 | ||
| ||
이런 글은 쓰고 싶지가 않다. 좋은 그림만 보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만 녹음해서 반복으로 듣고 싶은 날도 있듯이.
그럼에도 우린 싫든 좋든 겪어야 일들이 너무 많다. 부모가 없이 태어난 존재는 없다. 끈같이 이어진 관계를 전반적으로 펼쳐진 세상 속에서 나만 피해 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퍼서 몸이 힘들어서 그제야 내가 건강 할 때 몸관라를 좀 할 걸..후회는 누구나 다 할 줄 안다. 쉬운 것은 용케 찾아 다녀도 어렵고 힘든 것은 멀리 달아나 듯 피해 다닌다. 버림도 이때하고 버림을 당한 쪽도 억울 하기만 한 것.
어느날 아침에 눈을 떳더니 화장실 가야 하는 데 하반신이 마비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알았을 때 이미 때는 늦었다. 아무렇지 않게 걷고 일어나고 평상시에 자유롭게 일상생활를 하던 중에 본인의 뜻에 맞지않게 갑자기 모든 것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상이라고 한 번 상상 해보라.장애는 그렇게 불청객이다.
몸무게가 50kg이면 두 배로 느껴지는 무거움에 절절 매게 된다. 거기다가 느낌도 없다. 나의 다리는 누가 가져간 것 같고 다른 살을 붙여 놓은 불편함 속에서 공포와 그동안 경험 하지 못한 절망감에 밤마다 시달린다.
이미 머릿속은 할 것 다 해놓고 설계도면을 그려 기와집을 열두 채 짓는 것은 끝난 공상인데, 몸은 전혀 그 생각에 작동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간병인이던 가족이던 그 누구도 위로를 해준다고 해도 위안이 되지 못한다.그 누구도 대신 해주지 않는다.
그래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생긴다. 재활치료는 몸만 좋아지게 하는 것도 있지만. 인지능력과 정신을 재활시키는 목적도 있다. 집에 제사 안 지내는 집이 없듯이 우리는 그런 시선을 교정 해 볼 필요가 있다.
가족이라도 함부로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당하는 본인은 이미 처절할 만큼 지쳐 있는 데.그 앞에서 그러게 건강 할 때 좀 더 몸관리를 잘 하지..이라든가? 에구구..그렇게 건강을 자신하더니. 기껏 문병와서 할 말은 아니다. 이미 다른 사람에게 들을 만큼 들은 똑같은 문장이고 질린 말이다.
그냥 손이라도 따뜻하게 잡고 문지르면서 마주보는 따뜻한 눈빛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 비언어적 공감형성은 무한대다. 특히 우리 한국사람들은 이 비언어적으로 정이며 느낌이며 감성이 아주 풍부하다. 이런 것을 말 없이 지켜보는 것도 환자에겐 큰 힘이 된다.
치매환자는 갑자기 심해지는 상태는 극히 드물다. 치매환자의 가족을 보면 이미 겪을 만큼 겪은 온갖 힘든 상황을 매 번 똑같이 늘 겹친다. 이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얼른 병원에 모시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보호자도 많다. 내다 버린 안쓰는 가전제품과 같이 찾아 오지도 않는다. 딸이라도 아들이라도 길고 지루한 이 치매는 관계를 절단나게 한다.
그러나 치매환자는 가장 필요한 것이 가족의 따뜻한 손이나 말 없는 따뜻함 배인 눈 길이 절실하다. 오히려 이런 것이 백약보다 더 명약이 된다. 사람의 마음엔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자리가 늘 열려져 있다. 이 자리에 가족의 배려라든가 용기, 정을 채워주면 회복이 가능하다. 치매는 완치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더 심해지거나 곤란을 예방하기 위해선 어떤 약보다도 관심어린 가족애가 명약이다.이런 상황전반을 구체적으로 보호자인 동시에 가족에게 홍보를 해야한다. 치매는 또 유전적으로 가족력을 무시할 수 없다. 대물림이 하필이면 왜 병을 물려 받는가? 여기에 대한 대처요령이라든가. 치매환자의 심리상태를 판단하여 보조를 해 줘야 한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것을 자꾸 외진데로 몰아대고 허약하고 힘없이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간과시켜 삭제하듯이 헐하게 보는 태도도 노인에겐 큰 상처가 된다. 당당하게 늙는 법도 배워야 한다. 건강하게 늙은 어르신들은 나이만 먹은 양을 따져서 인생을 말한다면 그 만큼 가치는 하락한다. 자신의 생에 늙고 젊음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늙음은 가장 순수한 아름다움이다. 우리가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해야 한다. 누구나 아플 수 있고, 도움울 요청 할 수 있으며 도움울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빈부의 차별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
주식에 투자한 사람이 밤낮없이 주가시세에 관심쏠리는 재테크 하듯 우리가 사는 세상에 나와 같이 사는 가족의 정관리도 건강관리도 인생의 기술이다. 우리가 아직 못 배운 학문이었다면 발굴을 해서라도 같이 익히고 알려야 한다.
나는 분명히 나의 부모님 유전자를 물려받은 자손이다. 그러기에 나의 자손에 물려줄 유산은 반드시 따뜻한 핏줄처럼 식지얺은 사람의 도리를 물려주고 싶었다. 비록 오래 걸리더라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