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자팬티에 자크달린 주머니가 있는 것은 처음 봤다.
박스팬티처럼 널럴하게 허리통이 넒어서 공기도 잘 들어가고 환기도 잘 될 것 같다.
문제는 어머니가 가장 좋아한 팬티라 하도 입어서 펜티줄이 그만 느슨해져 올려도 자꾸 주르륵 내려간다. 그래도 그 팬티만 입겠다고 하시니 할 수 없이 끈으로 묶어주는 데.
이 것도 한 두번이지 전에 있던 간병사가 귀찮다고 아들에게 당장 주머니가 있는 팬티를 사오라고 해선가 그런 팬티만 한 박스다.
유달리 한 물건에만 집착을 하시니 난들 어쩔 도리가 없다.
화장실에서 바지를 내리고 그 시간에 얼른 팬티를 벗겼다.
" 어머니, 제가 팬티 줄 갈아드릴께요?" 했더니
반가운 내색을 하신다.
반짇고리가 있는 통을 뒤져보니 고무줄이 있는데, 차 타이어를 잘게 찢은 꺼먼 고물줄이 한 묶음 있었다. 작은 오핀도 찾고 팬티줄을 자세히 보니 끊어진 게 아니고 느슨해져서 늘어난 것이다.옛날 울 엄마가 바지고무줄이 풀어졌다고 하면 얼른 고무줄을 탱탱하게 조여서 다시 입게 하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엔 그런 것이 당연한 것인데.
하얀팬티에 꺼먼 생고무줄이 빡빡하다. 잘 들어가지도 않고, 난 할 수 없이 어머니보고 한 쪽을 잡으라고 하고 반대쪽으로 땡겨서 오핀을 잡아 댕겻는 데. 처음엔 조금 들어가는 것 같더니 중간에 오핀에 연결된 고무줄이 뚝 부러진다.
" 어머니 팬티도 오래 입어서 늘어지고, 고무줄도 오래되서 삭았나 봐요?"
어머니는 다시 그 팬티를 주섬 주섬 여기저기를 살폈다. 주머니엔 아마 손자들이 오면 치마를 제치고 헤쳐서 쌈짓돈을 넣었던 곳이라 더욱 애착을 보였는 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젠 할 수없이 못입고 어떻게 해도 잘 안되는 걸 조금 눈치를 채신 것이다.
손짓으로 장농을 열어 보란다. 문을 열어보니 새 팬티가 가지런히 예쁘게 수납이 되어 있었다. 난 통째로 소쿠리를 들어 어머니에게 보여 드렸다.
" 어머니 오늘 날씨가 참 좋아요. 분홍색 팬티도 괜찮은 것 같은 데..."
이것 저것 고르시는 데 내가 한 마디 거드니 얼른 연한 분홍색 팬티를 꺼내신다.
" 이 걸로 갈아 입으시겠어요?"
" 응.." 하시더니 허리 늘어난 팬티를 곱게 갠다. 나는 뭐 할 거냐고 묻지 않았다.
내가 그 맘을 꼭 알 것 같다. 나도 오래 사용해서 이젠 고장나고 못 쓰더라도 항상 내 옆에만 있으면 하는 물건이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몇 번을 더 입고 싶어서 세탁도 손빨래로 하게 한 속옷을 그냥 내 버릴 마음이 안 생겼었다.
들고 있던 새 팬티소쿠리에 제일 앞에 꼭 눌러 놓으신다.
불편한 다리쪽부터 새 팬티를 입히고 바지를 같이 올리니 새 팬티가 알맞게 허리에 걸쳐서 내려가지 않았다.
" 아휴..오늘 날씨도 좋고 새팬티도 입으시고 기분이 좋으신디..어디 산책이라도 가실까요?" 나도 빙긋이 웃었더니 어머니도 저절로 웃으신다.
좀체 웃지도 않으시고 밖에 잘 안나가셔서 온 가족들이 어딜 외출 하자고 하면 고집을 세워서 어디 변변하게 외식을 못 하셨다고 한다.
덧)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간병이 이제부터 시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