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인계
기본 주제방 2008/03/18 17:11   http://blog.azoomma.com/ifg01/270515

남편과 같이 바람난 상대편과 만나자고 나를 먼저 찾아와서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겁니다....가슴이 벌벌해서 말을 그래도 잘하고 때려도 나보고 대신 때리라나요? 머리끄댕이를 잡고 두둘겨 패는 게 전문이지만. 이건 아니죠.

내가 무슨 용역깡패처럼 생각되었나 봅니다.

또 모르죠..말 망치 제대로 휘두르면 그냥 한 방에 나가 떨어질지 기대는 해 보지만

그렇다고 낙관적인 결과는 만만치 않았죠.

 

몇 년 되었냐고 물었죠.

남편말로는 한 일년 밖에 안되었다고 하는데, 나중엔 상대녀가 만 삼년이 되엇다고 박박 우기더래요. 누구말이 맞든 안 맞든 둘이 그렇게 바람을 피운 건 확실한데.

 

내 친구 나보다 더 잘 배우고 이쁩니다. 어디 그렇게 이쁜 마누라 놔두고 엉뚱한 짓을 하는 그 남편 참 저렇게 잘생겼으니 여자가 늘 꼬일만도 했죠.. 직장 확실하겄다. 돈 많겠다.

여자 꼬실려고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찾아오게 생겼다고 했더니 내 친구 누구 불난데 염장질르냐? 이러데요.

 

달리 방법이 없었지요... 그래서 전 비법이라면 가계부를 쓰라고 했죠..일명 남편가계부.

설명한다면 그동안 남편이 어떻게 너에게 몇 월 몇 일에 몇 시에 애들과 함께 외식을 한 것부터,  선물을 뭘 사왔는 지, 하다못해 부부관계에서 잠자리까지. 손 잡은 거,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 지

지나고 나면 모두 잊어 버릴 건데, 적어두면 다아 쓸 데가 있다고 했죠.

 

이 친구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적이 없다는 겁니다.

' 야 ! 임마 너 그럼 니가 무신 성모마리아처럼 애덜 무슨 계시받아 애덜 낳았냐?"

' 아니 그런 거 아닌디..."

' 그런께 너의 가정역사를 조목조목 적으랑께, 아님 내가 니 대신 남편이랑 살아 줘?  "

 

이 친구 내 애길 듣고 한 일년을 바람난 남편과 씨름한 게 아니고 그 가계부랑 실랑이를 벌였지요. 난 전화도 확인도 하지 않앗습니다. 남 가정사 이랬냐? 저랬냐? 시시콜콜 확인해도 끝이 없을 것 같아서리.

 

드디어 일년이 지나 나를 찾아 왔습니다. 친구는 일년 전과 전혀 다른 얼굴이데요.

분명히 무슨 변화를 겪었을 표정입니다.

" 야..나 그년 안만나도 이젠 괜찮다...흐흐흐.."

" 왜 나보고 대신 패주고 오라놓구 선?"

뭐하러 그러냐? 마누라대신 애를 써주는 데 내가 파줄부 될 일있냐?는 등...남편가계부쓰면서 우연히 자신의 행적을 쓰게 되었는 데. 내가 남편이라도 딴 눈 팔게 그렇게 엉터리로  막 살았더라. 면목도 없어...그래서 그거 쓴 거 남편회사에 내용증명처럼 보내버렸어.

 

" 그동안 나랑 같이 살아줘서 수고 했습니다. 원하는 데로 이혼을 해주겠습니다. 대신 그 여자에게 그동안 대출한 돈부터. 애들 한테 나 갈 학비. 똥차 보험료까지 인수인계를 해 줄테니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진짜 보냈냐? 나도 놀랐지요. 난 쓰라고 했지, 보내라고 한 적이 없거던요.

" 근디 답장이 안 오네..아직 인수 받을 때가 아닌가 봐?"

 

친구에게 오늘 제가 소주랑 곱창전골이랑 거나하게 쏠려고 합니다.

인수인계를 하던지 말던지 이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친구얼굴을 처음 보았습니다.

가자~~~~ 내가 축하 술 한잔 산다아~~~~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