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질
기본 주제방 2008/02/10 16:25   http://blog.azoomma.com/ifg01/267350

 

연애를 안 해봤다고 하면 바보라고 할 까봐 말 못했다.

못생겨서 그럴 수 있다고 키가 작아서 그럴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하긴 울 엄마는 내 이름만 짓느라 삼개월을 애 먹었단다.

얼굴처럼 생긴대로 짓자니 나중에 꼭 나에게 한 소리 들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리 봐도 엄마는 하나도 안닮고 누가 아버지 아닐까 봐 그렇게 붕어빵같은 내 얼굴을 보고

한 참을 고민 하셨단다 .

 

정작 아버지는 이 다음에 나중에 시집 갈 때 한 천만원 지참금을 사위에게 쥐어주고 그렇게 보내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단다. 그래도 이름은 그럴 듯하게 이쁘게 짓는다며 한 삼개월 걸린 그 이름이 내 얼굴과는 따로 국밥이었다 .

 

정작 내 이름은 주인과는 무관하게 고등학교 다닐 때 내 친구들이 종종 써먹는 가명이 되었다.

미팅을 나가도 성만 빼고 이름을 달아서 통성명을 하질 않나, 펜팔편지로 오는 이름도 내 이름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작 나는 이름따로 얼굴따로 나중엔 내 이름으로 펜팔친구를 사귄 친구 대신으로 답장도 대신 써서 보내 주게 됐는 데.

 

이게 아예 질이 들렸나 맛이 틀리다.쓰면 쓸수록 잘 써지는 게 연애편지다. 벼라 별 미사여구를 뒤져서 그 때 엄마가 사준 문학전집을 전부 읽다시피 했다. 시도 읽어야 하고 공부보다 더 신나게 썼다. 뻔질나게 우체국에 들랄날락 거리니 언제 시험공부를 했는 지 기억도 없다. 우체국 직원이 아예 내가 가면 우표를 한 열장 미리 떼어서 얼른 주기도 했고, 근처에 빨간 우체통에 한 묶음 보내는 편지를 두꺼워서 한 통식 나눠서 집어 넣을 때 그 소리가 왜 그리 좋은 지. 연애편지 질 덕분에 대학도 갈 생각이 없지만.

가고 싶어도 실력이 모자르니 애시당초 고민 할 것도 없었다. 울 엄마는 이런 거 지금도 모른다. 모르니 다행이지. 알면 또 이그 못생겨서 또 일 저질렀냐 하실텐데.

이름이 이쁘니 모두가 다 이뻣나... 답장을 보내면 꼭 만나자고 학교 앞에 찾아오거나 우리집앞에서

서성이는 남학생들을 보면 나는 얼른 뒷꽁무뉘 빼기 바빴다.편지만 주고 받으면 그만이지, 뭐 할려고 찾아 댕기냐? 내 친구에게 그렇게 말을 하곤 했는 데. 

 

한 번은 나의 이름표를 잃어버렸는 데, 한 남학생이 여학생교실 앞에서 내 이름표 찾아가라는 데. 반 애들이  모두 나를 쳐다 봤지만, 나는 젤로 이쁜 내 짝꿍보고 받아 오라고 했다.그렇게 다른 이름을 쓰듯이 지내 온 날이었는 데.

 

일이 난 것이다. 한 두명에게 연애편지질도 해야 하는 데. 덤벙대는 나는 덜렁대서 그만 이 편지봉투에 정작 다른 사람편지를 보내고 받아도 이 게 그건가? 아리송하고. 에구 이것도 못 할 짓이다 했다.

 

내 친구는 이름이 진짜 정자인데, 이 친구는 탈렌트보다 눈도 크고 얼굴도 하얗고 키도 큰 이쁜 친구인데. 팬팔한다고 이름은 내 이름으로, 얼굴은 그 친구 증명사진으로 보낸 것을 들고 우리집으로 찾아 왔으니. 난들 이거 대책이 없었다.

 

친구는 그 남학생을 만나고 돌아 와서는 하는 말이 그 동안 지가 보낸 편지 다시 돌려 달라고 한다고 하는 데...이거 한 두명이냐고 나도 헷갈리고. 그래서 에라이 모르겠다.그냥 엄마 무서워서 받은 날로 불 질렀다고 해라 했는 데. 돌아 온  내 친구 이상한 말 한다.

 

진짜 편지 쓴 사람이 누구냐구?

그래서 그 친구는 그랬단다..못생긴 내 친구가 제 팬관리를 해 준다고.

야! 그냥 친구가 써 줬다고 하지, 거기다가 못생긴 친구가 뭐? 모옷생겼다고 일르냐?

그 친구 나중에 그런다 ..그렇긴 그렇타아..그래서 돌려 달라고 한 건가?..

 

나 그 이후로 절대 팬관리고 뭐고 연애편지는 다시는 안 썼다. 꼭 무슨 죄 짓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