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곰퉁이가 얼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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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다가 화장실 가는 게 제일 귀찮다. 간 밤에 텃 밭에 심은 배추가 너무 고소하고 달아서 그걸 토끼처럼 아삭아삭 씹어먹고, 또 주거니 받거니 소주를 두 어잔 걸치고 잠이 들었는 데 새벽이 되어 아랫배가 살살 아프더니 신호가 온다.
지금은 먼 곳에 있는 화장실도 아닌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가기 싫은 그 먼 곳을 살살 불도 안키고 주방넘어 스위치를 켜는 순간
" 으아악!!!" 남편은 내 목소리에 놀라 후다닥 뛰어 나오고 나는 화장실에서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누전이었다. 화장실에 달려 있는 백열등이 폭파하더니 금새 전깃줄이 타고 순식간에 캄캄하다. 타는 냄새가 지독하다. 그 정신에 화장실에 간 목적을 통째로 잊었다.
나는 이불 속에 머리를 박고 그 때 생각나는 게 하필 얼마전에 냉동창고에서 불나서 그 난리가 생각나고 정신이 하나도 없고, 남편은 남편대로 왔다갔다 하더니
" 니 이 와중에 잠이 오냐?" " 무서워? 화장실 탄 거야?" 으이그..겁은 그렇게 많은 게 뭘 믿고 나한테 큰 소리치냐고 뭐라고 한 소리를 하는 데 난 그 보다도 왜 이리 추운지 이불 속에서 또 양말을 신고 뒤집어 쓰고 했는 데 이상하다,,, 왜 보일러가 안 돌아가는 거야? " 으이그 이 곰퉁아? 합선이 되서 전기 차단기가 내려갔는 데 전기가 들어오냐?" " 그게 그런 거여?" "..에휴,,,이런 마누라가 내 마누라인지..참 내.."
말 해놓고 보니 그러네.보일러도 물도 전기로 돌아가지...그럼 안 돌아가면 어는 거 아녀? 했더니 남편은 지금 새벽이라 더군다나 명절인데 누굴 부르기도 그렇고, 나보고 초가 어디있나 찾아보란다. 초가 어디있나 그걸 알고 있으면 양호한 마누라다.
금시초문인 듯한 내 뚱한 표정에 내가 찾아야지 한다. 아들방에 가서 찾더니 나보고 초를 들고 있으란다. 아른아른한 촛불을 들고 화장실에 들어가 보니 선이 다 탔다. " 어머머..이러다가 불 나는 거 아녀?" " 불 났으면 좋겄냐?" " 누가 그렇데?" 대답은 했지만 겁은 또 났다...새벽이니 춥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더욱 춥다. 나는 추운탐을 무지한다. 남편과 난 등을 서로 붙여서 등을 피면 발이 시럽다고 했더니 그러게 왜 새벽에 화장실에 가냐? 한다.
" 화장실에 가는 게 뭐? 잘못이야?" 하필 그것도 명절에 이러일이 생기냐구 티격태격하다 남편이 전화를 한다. 생전 새벽에 전화 할 일 없을 것 같은 우리집이다. " 아버지? 전기누전이 됐는 데. 차단기 올려도 되나요?" 뜬금없이 새벽에 온 전화를 받은 시아버지가 뭔일이냐고 난리시다. 그렁께 불은 안났는디유..전기선은 탔어유..예 예..
그 새벽에 달려오셨다. 우리는 어리버리한 얼굴에 추워서 허리도 못피고 동동대는 걸 보시고 어이가 없으셨나 보다. 선도 없고, 장비도 없고, 할 수 없이 아침까지 기다려야 한단다. " 집으로 가자..에미 그러다 얼겄다!"
그제야 나를 본 남편이 그런다. 에휴..뭐 하나 튼튼한 게 없어유..아버지..
난 아무말 못했다. 왜 그때 갑자기 화장실에 가야하는 신호가 또 왔다. " 자기야..나 배아퍼?..." " 뭐? 그럼 아까 안 눴어?" "응.."
우선 급한데로 마당에 있는 뒤간으로 가란다. 촛불들고 가니 내 그림자가 나보다 더 크다.어휴..도대체 이게 무슨일이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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