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엄마? 할머니 집에 갈거야?
엄마:가야지..
딸:언제?
엄마:설날에..
딸: 좀 일찍가서 할머니 도와주면 안 돼?
엄마: 그러지...
불과 몇 년전엔 이런 말도 못했다.
나는 날라리며느리가 되었다.
귀한며느리가 되니 내 처지가 갑자기 승진한 기분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고부간 갈등이 십 수년이다.
그동안 애들이 볼 걸 다보고 겪지 말 걸 다 주었다.
모두가 내짧은 소견머리 덕분이다.
애들이 크니 앞에선 당당한데, 뒤는 영 켕긴다.
나와 시어머니의 관계 때문에 엄한 애들만 고생이다.
남편보고 그랫다.
" 마누라보다 더 귀한 어머니 잘 모시라고"
그 어머니는 아들이 혼자 모시긴 벅찼나. 아무리 못생기고 가난한 며느리라도 우선 있는 게 훨 나을 듯 싶었나
울 시어머니 나에겐 이젠 아무말 안하셨다.
어머니보고는 한 소리 했다.
" 귀한 아들 장가 보냈으니 이젠 상관 마셔유..안 그럼 지금 도로 데려 가세요?"
참 못할 말을 햇지만 부모님에겐 듣지 말아야 말을 비수처럼 꽂을 땐 속이 참 시원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그 비수가 자꾸 나를 찌른다.
좀 참을 걸..이렇게나 저렇게나 좀 참았으면 내가 편안할 텐데.
이젠 딸이 옛날처럼 명절이고 뭐고 싹 무시하고 왕래를 안하는 나를 본 적이 있어 또 묻는 거다.
" 엄마? 내 꿈에 할머니가 암에 걸린거야?"
" 뭐? 그래서?"
헤헤..근디 엄마가 막 주물러주니깐 금방 나섰데...
에휴..사는 건 그렇게 꿈이나 말이나 생시나 한 획의 차이가 나는 가 보다.
장을 본다. 그렇지만 나는 어머니가 아버지가 좋아하는 미역줄과 조기 한두름을 사러 갈거다.
이 맹추같은 며느리가 이제야 철이 드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