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많이 오는 날은
아침에 학교가는 길바닥엔
언덕부터 냅다 집어던져 산산히 짓밟던 연탄재가
부서지는 날이다.
일부러 미끄러운 데를 찾아 엉덩방아를 찢고 미끄러져도
헤헤대며 웃었던 그 겨울날의 등교길에
연탄재를 버리러 한 다라 이고 내려오는 아주머니도 만나고
반갑게 인사하던 목소리도 웃으셨다.
언덕배기를 내려오지 못 해 지그재그로 천천히 내려오는 쓰레기 수거 하시는 리어카에
길 내어주고 뒤에서 잡아 끌어 주던 연탄재를 또 부셔 미끄러지지 말라고 버팀목처럼 대어 주던 아저씨들이 참 많았다.
한 낮의 햇볕으로 눈 녹은 길엔
오로지 부서진 연탄재만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굴러다니는 데
그래도 얼면 또 미끄럽다고 또 부서지는 연탄재는 너무 흔하고 흔했다.
무려 삼십년 넘게 지나간 후 그 길에 다시 가봤다.
차들이 잘 다니라고 널찍하게 도로정비를 해서 차도 다니고 사람도 걸어다니고
유모차를 밀고 올라가는 할머니도 계셨다.
쓰레기봉투를 실어서 내려오는 파란트럭이 천천히 내려온다.
학원버스가 탈탈 언덕배기를 넘어간다.
이젠 더 이상 연탄재를 버리는 집도 눈 많이 온다고 밞아주는
그 길이 아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