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쉰살 아가씨예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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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면 재미있는 일이 많아진다. 적어도 내 인생에서 선전포고 없이 느닷없이 등장한 한 다방 아가씨를 알고 있다. 나는 다방 아가씨리고 하면 집안 사정이 어려워서 어찌 어찌하다가 화류계도 아니고 술집에 드나들다 돈 더 벌어준다고 하는 직업소개소에서 쭉쭉 빵빵 한 미녀들만 하는 곳인 줄 알았다. 그렇다고 내가 자주 드나드는 다방은 전무 했으니 캄캄한 정보통에서 댁은 누구슈하는 게 정상인데.
올 여름에 기똥 찬 여름여행을 하다가 한 다방 주인을 우연히 알게 되었고 그 집에서 한달을 알바를 하는 바람에 세상에 어느 연극도 어느 영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캐릭터 분명한 아가씨들을 만나게 되었다.
나의 알바는 이 아가씨들이 들고 다니는 커피잔을 세어주고 뜨거운 물을 데펴서 보온통에 담아주고. 또 다방근처는 여름이면 제 철 만난 휴양지라서 물좋고 산좋은 곳인데. 여기서 너른 평상을 몇 십개를 놓고 오는 피서객에게 마루값을 입장료 받듯이 자릿값을 받는 한달 장사를 한다. 나의 역활은 커피보다 그 오시는 손님들이 물놀이를 끝낸 후 백숙이며 닭도리탕을 주문하면 돈은 선불입니다. 하고 돈 받고, 쓰레기는 분리수거해서 이쪽으로 버리시고, 봉지 값은 1300원입니다하고 친절히 설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은 손님이 많이 와야 줄 창 해대는 것이고, 우찌 된 일인지 피서 피크에 맨날 비만 장마처럼 줄줄 새니 얼결에 나나 주인이나 주인 없는 다방은 개점휴업이 일주일에 삼사일은 되니 눈치는 나도 봐야 하지만 이 다방 아가씨들은 더욱 신경질까지 내는 것이다.
한 아가씨는 나이가 52세다. 그렇지만 아가씨라고 한다. 또 다른 아가씨는 뒤에서 보면 진짜 이십대이지만 진짜 나이는 얼추 나와 비스무레한 사십대이다. 나 같이 못생긴 아줌마들도 갑자기 주가가 확 오른다 신나는 일이다. 그리고 삼십대 후반인 아가씨는 조금 퉁퉁해서 커피배달을 하러 갔다가 도로 퇴짜 맞아 덜렁 보자기 싼 보온병만 안고 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걸 52세 된 언니 아가씨가 딱 한마디한다.
니가 다 마시고 왔냐?... 이 아가씨가 성이 문이다. 아직 이름은 모른다. 모두 문양! 문양! 하는데. 퇴짜 맞고 돌아오면 얼른 자리에 앉기나 하지 꼭 문옆에 보따리 안고 선 모습이 누가 성이 문이 아니 랄 까 봐 그러냐고 핀잔을 주는 것도 여러번이다..
아니 주문오는 배달도 도로 퇴짜맞고, 출장도 가면 다른 아가씨를 보내달라고 전화오게 만들고 니 나랑 무슨 웬수갚을라고 여긴 들어 왔냐? 내가 아는 다방주인은 한 성질에 직격을 터뜨린다. 난생 처음보는 다방 풍경에 다방손님들도 너무 개성적이다.
한 분은 꼭 열시 오분에 오신다. 열시나 아홉시 55분도 아니다. 꼭 열시 오분이다. 그런데 별명도 여섯시 오분전이리고 한다. 왜그러냐고 하니 한 쪽 어깨가 약간 내려 앉고 그 반대편은 들떠 고개가 약간 기울어졌는데. 진짜 보니 그렇다. 여섯시 오분전이 꼭 열시 오분이면 빨간 스쿠터를 웽하고 타고 오는 데 이 분이 오면 꼭 찾는 아가씨가 문양이다.
왜그러냐고 하니께 꽃띠라서 그렇다나. 젤 젊은 문양은 꽃띠란다. 맥심으로 두우 잔! 거기다가 계란 후라이 하나. 그래놓고 삼천원을 꼭 테이블위에 정성스럽게 하나씩 하나씩 겹쳐서 지갑에서 꺼낸다. 무슨 종교의식처럼. 문양은 옆에 앉아서 지갑을 열 때 슬금 슬금 흩어보고.
그러다가 한 열한시가 되면 계~~~ 셔?.. 계시는 겨도 아니고. 안영하세요도 아니다. 들어오는 다방현관에 물고기모양 풍경이 있는데. 거기까지 키가 닿는다. 이 분은 또 왜이리 키만 큰가 했더니 이상한 병에 걸렸다나...아직도 키가크는 뭐라고 하던데 연세가 오십이 넘었는데 어이 친인구? 나를보고 그런다. 엥 내가 친구라니 하고 의아해 하는 데. 그 때 52세된 미스류라고 홀딱 웃으면서 에이그 어제는 왜 안왔어? 한다.
미스 류,,,자기는 ㄹ 류라고 이름도 디게 이쁜데. 통성명해서 월급주는 곳이 아니라서 성만 불러 달란다. 언니라든가 다른 호칭을 쓰면 막 째려본단다. 나도 그래서 미스류! 미스류! 했는데. 키 큰 손님의 반토막이다. 너무 작았다. 미스류는..
키다리와 짜리라고 했던가. 난장이 똥자루와 대나무로 만든 댓빗자루를 보는 것 같았다. 같이 앉아 있어도 별 반 차이가 없다. 아유..내가 요즘 인기관리를 시원찮게 해서 삐진 겨? 이러더니 키 큰 남자가 헤벌쭉 웃으니 거인 걸리버가 웃는 것과 같다.
열두시나 한 시가 되면 이미 아침부터 대포 한 잔 걸치고, 정신차려 본다고 냉커피 두우 잔! 하고 오시는 할아버지가 계시는 데. 이분이 대뜸 나보고 그러시네..
어이! 동상? 예? 동상인께 나는 오빠제? 그렇지유...아무래도 여기 호적은 어디서 관리하는 가 보다.
그런데 나보고 오오빠라고 부르란다. 그것도 매 번 한달내내 그러시는데. 다방주인이 눈치를 준다. 왜그러냐고 하니 오빠라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져서 더 건강해진다나.. 그려..그럼 불러야지. 건강해진다면 개똥도 약으로 쓴다는 세상인데. 그까짓 오빠 불러주는 데 돈이 드냐 품이드냐 하고 헤헤 오오빠 했더니 어! 그 동생 아닌디... 그럼 누구여? 다방 주인이 묻는다. 문양 목소리가 젤로 이뻐?
그래도 꽃띠 목소리가 젤이란다. 그렇게 후딱 한달이 지나서 알바한 돈도 받구 술한잔도 사준다. 다방 여주인이 그런다. 다방여자라고 다 나쁜여자들은 아니다. 살려고 하다 보니께 벼라별 고생을 다 해도 지덜 발뒷굼치 때만도 못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더 나쁘다.
누군 입이고 어떤년은 아가리 닥쳐? 해도 내내 사람인데. 어쪄? 그나저나 내년 여름에 또 올 겨? 한다.
그러지유...그 때까지 문양 잘 해주세요...헤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