곗돈
돈 2007/06/29 12:17   http://blog.azoomma.com/ifg01/251184

엄마는 늘 그날이 오면 초조하게 달력을 보셨다.

나의 생일도 아니고 더군다나 아버지 기일도 아니었다.

울 네남매가 단칸방에서 뒹굴며 살 던 때는

은행도 돈도 흔하지 않았던 때이니

 

엄마는 마음 맞는 동네 아낙들과 계를 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 계는 석달이 지나고 넉달이 들어 설 무렵

한 계원이 도망갔다.

 

그러니까 곗돈을 타고 그 다음날 소리소문없이 야반도주를 한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같은 계원들도 한 사람은 이사가고 또 다른 계원은 도망간 계원 잡겟다고 집이고 애덜을 모두 내팽겨놓고 하옇튼 어린 나의 눈에도 늘 심란한 하루들이었다.

 

계돈 떼인 것은 그렇다치고 당장 쌀 떨어져 연탄 떨어지는데

엄마도 당장 뭔 수를 내긴 내야 겠는데 답은 없고 돈 물어 달라고 득달같이 달려오는 다른 계원들 극성에 우리도 절절매야 했다.

 

그 때 내가 결심한 것은 절대 계하지 말기.

돈을 갖고 도망가지 않기. 등등 벼라별 결심을 했는데

나중에 끝트머리엔 너무 가난해도 다른사람 애먹이는구나 생각도 했었다.

 

궁여지책으로 엄마는 다라에 생선을 받아서 이고 다니며 장사를 했다.

그런데 장사는 잘 되었는데 늘 손해본다고 걱정이었다.

알고보니 천원어치 고등어가 세마리면 덤으로 한마리를 달라고 하는통에

안 줄수도 없고, 정 많은 울 엄마는 덜컥 주곤 했는데.

별 게 아닌 그 덤들이 고스란히 엄마에겐 손해가 된 것이다.

그래서 또 생선장수를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집에서 쉰다는것은 말도 안되고. 근처 공사현장에 갔더니 시멘트 한푸대를 이고 나르는 데 잡부를 하신거다. 말이 그렇지 몇 십키로짜리를 여자가 멜빵도 없이 안고 나르고 한다는 게  중노동이다. 집에 돌아 오시면 울 멈마는 늘 주무시는 데 멋 모르고 엄마 무릎을 보니 맞은 멍자국처럼 시퍼렇고 오돌도톨한게 피부병이 보였다. 시멘트 독이었다.

 

이러다간 울 엄마 죽을까 싶은 공포에 엄마 일 가지마 가지마 했다.

내 애기를 듣던 울 멈마는 나를 안고 울었다.

그 때 생각한 것도 계는 하지 말아야 겠구나. 남의 돈은 절대 가져 가지 말아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이 흘러 이젠 그 때만한 아들과 딸이 나에게 있다.

그렇다고 엄마처럼 떼인 곘돈도 없지만  그렇게 부자도 아니고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단지 지금도 곗돈 때문에 울 엄마같은 분들이 여전히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바뀌고 발전을 했는지 모르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것들이다.생생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