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수다쟁이
기본 주제방 2007/06/21 12:46   http://blog.azoomma.com/ifg01/250537

남편은 수다쟁이다.

나 보다 더 심한 수다를 떤다.

특히 술 한잔 들어가면

한 삼십년 전부터 기억이 나는 어릴 적 전설부터

최근에 수박하우스에서 수박이 떨어지면 툭하고 소리가 난다고

니는 한 번 들어봤냐고 그런다.

 

한 십오분 거리에 우리 밭이 있는데

이년 전부터 튼실튼실한 더덕이 크고 있다.

사실 말이 우리 밭이라고 하지만 나는 거의 가지 않았다

게을러서 그렇다.

느린 것도 그렇지만 걸음도 원체 느려터져 같이 걷다가 앞에서 한 참 기다리는 것도

일이다. 나도 남편도 이런 게 귀찮아서 늘 혼자 가는 더덕밭이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나를 자전거에 태우고 가여 한단다.

헤헤... 남편 등허리에 바짝 얼굴을 대고 허리를 안고 뒷좌석에 걸터 앉아 가는 자전거타기는 또 다른 경험이다.

 

빨리 가봤자 시속 이십키로미터도 안되고.

그러다보니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는 풍년초나 토끼풀, 가끔가다 키낮은 분홍 나팔곷이 몇 송인지 세어 볼 수도 있고 참새들이, 또는 까치들이 비어 있는 농로에서 걸어다니는 것도 볼 수있다.  시냇가를 지나 밭으로가는 길목에 한 삼십오도 쯤 되는 언덕배기가 있는데 거기선 나보고는 내리란다. 뒤가 무거우면 자전거는 올라가지 못한다.

 

남편은 언덕배기 넘어서 또 나를 태운다.

인제부터 디게 빨리 가안다!~~~~꽉 잡어라 잉~~~

나는 눈을 꼭 감고 바짝 남편 허리를 잡는다.눈 썰매가 아랫쪽으로 막 내려가는 것하고 비슷하다.

바람도 내 얼굴을 더 시원하게 해준다.

논 바닥엔 아직 어린모들이 연두색이다.

물을 가득대어서 출렁출렁 거리고

먼 산 봉우리가 아주 가까이에서 잘 생기게 보인다.

 

여기가 나 어릴 때 수박을 심었는데

그 때가 아마 지금쯤 일 거여...

장마가 시작되면 노지 수박은 팔자가 틀려지는 거여?

왜?

재수가 없으면 물에 둥둥 떠 다니고 물 찬 수박은 못 먹으니께

그려서 늘 가슴만 애간장 녹았을 거여. 울 아버지가 .

 

우리 밭은 낮은 지대에 있다.

가보니 진짜 비만 오면 꼼짝없이 비가 오면 오는데로 저수지처럼 물이 고일만한 밭이엇다. 지금은 양쪽가에 배수로를 만들어서 그럴 염려는 없지만 그 당시는 정말 장마가

시작 될 무렵이면 아버지는 늘 삽을 들고  밭에 계셨다고 했다.

 

옆에는 밭의 나이만큼 오래 된 굵은 적송이 몇 그루 서 있다.

나무그늘이 원체 넓어 햇볕이 가려서 작물이 안 큰다고 주윗 분들이 나무를 베라고 했는데  이상하게 아버지는 그냥 놔두라고 하셨단다.

 

그 적송 그늘에서 서 잇으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한 자락 바람도 더욱 시원해지는 곳이다.

푸른 솔가지 사이로 낮은 하늘이 더욱 가까이 보였다.

 

"니 잘왓지? 긍께 인제 밭도 둘러보고 그러랑께?"

"헤헤...그럼 자전거 또 태워 줄거여?"

 

아직 자전거도 못 탄다고 맨날 타박을 줬는데..

그래도 남편이 태워주는 자전거가 나는 아직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