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봐도 또 잊어버리는데...
누가요?
울 신랑얼굴말여?
아! 예....
이제 칠십하고도 아홉인 할머니 남편은 팔순잔치를 앞두고 계신다.
자식들이 모두 서로 모신다고 해도 극구 절대 반대만 하신다.
왜 내가 우리집을 놔두고 너희들에게 가냐고 한다.
할아버지는 늘 그렇게 자식에게 신신당부 하시듯이 말씀을 하셨다.
치매가 걸렸다고 정신과에서 아마 연락을 했나
큰 아들 작은 아들, 딸들이 죄다 내려왔다.
얼굴들이 모두 수심에 가득차다.
그러나 정작 할머니는 멀쩡한 눈으로 그러신다.
니들 디게 바블텐디... 워쩐일이여?
근디 야는 누구랴? 할아버지보고 그러신다. 생전 처음보는 얼굴처럼 또 묻곤 물어 보신다.
그럴때마다 또 할아버지는 이름도 몇째딸이라고 자꾸 반복을 하면서 대답을 한다.
자식들이 하루만 머물면 또 서울에 각각 돌아가면
그제야 묻는다.
성연이는 왔어?
잉! 그려 아까 봤잖어?
매번 식사는 할아버지가 차리신다.
그런데 할머니도 또 밥상을 차리신다.
할아버지는 말리지 않는다.
안방에 밥상은 두개다.
하나는 할아버지가 직접 된장이며 상추를 뜯어서 차린 밥상이고
다른 또 하나는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위해서 밥그릇도 빈 채로 숟가락도 없이 젓가락하나만 덜렁 차려진 밥상이다.
치매가 걸리셔서 당신 성함은 물론 집전화도 손전화도 걸지 못하신다.
둘이서 전화기 잡고 할아버지는 또 숫자를 부른다. 그러시면서 일일히 자리를 찾아서 손가락을 잡아 누른다.
그러면 할머니는 부르는데로 큰 숫자로 된 버튼을 누른다.
여보세요? 아! 여보세요?
전화통 잡고 마이크에 대고 소리지르는 것처럼 하신다.
이상하네..웬 남자여? 누구세유?
아! 나여? 내 목소리도 잊어 버렸어?
할아버지는 손전화를 들고 할머니는 집전화를 들고 서로 마주보면서 웃는다.
전화통화를 하면서 웃으신다.
저녁에 별이 뜰무렵이면 할머니는 유모차밀고.
할아버지는 자전거를 끌고 동네 한 바퀴 걸으신다.
운동은 꼭 같이 해야 한다면서.
이젠 논바닥에서 개구리들이 왕왕대면서 시끄럽다고 하신다. 할머니는 가는 귀를 먹었는데. 그럼 할아버지도 그러신다.
무쟈게 크게 들리지?
조금 오래전에 동네에서 아주 금술이 좋은 부부였다.
남편은 늘 아내를 걱정해주고, 아내는 돌아오는 남편을 신작로에서 기다리던 부부다.
할아버지가 한번은 그러신다.
지금만큼만 그저 살아주기만 하면 되는데...
그저 지금만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