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니가 잘 살줄 알았어?
기본 주제방 2007/03/06 17:28   http://blog.azoomma.com/ifg01/243229

그럼 니가 잘 살줄 알았남? 생각 좀 혀봐?

 

 그럴 줄 알았다. 그 성질 그만내고 제발 애덜 말 좀 먼저 들어보라고 타일렀구만

또 곤조를 부린다. 처음엔 아이가 자꾸 말 안듣는다고 윽박 질르더니 이젠 아예 애들은 튀어나가 버렸다. 그러면 에미가 되어서 안 찾을 수는 없고, 잠도 안자고 온 동네 뒤지다가 파출소에 통장 반장까지 끌어내어서 수배를 해대니 아이들은 더욱 멀리갔다.

 

 나도 처음엔 안쓰런 마음에 같이 찾아보기는 하지만 이젠 습관성 가출에 녹이 슬어 지칠데로 지친 엄마의 가슴은 독만 푸른 곰팡이처럼 피어데니. 나오는 말은 곱게 나올 리 없다. 내가 지를 어떻게 키웠는 디...

 

 꼭 지덜 애비를 닮아서 그지경이라는 니...욕 반에 신세한탄 반에 뒤범벅이다.

한 참 사춘기라면 사춘기이고,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귀엽고 이쁜 아이들인데.

그 애들 애비를 헐뜯으며 찾아다닌다는 말에 동네 어르신들이 도리질을 한다.

 

에구 아서 아서....

그렇게 찾아와도 또 나가는 애들인디...

 

내 보기엔 엄마가 어디서 정서적인 교육을 잘 받고 돌아왔슴하고 바래기도 했는데.

잘못은 모두 애들한테 다 있단다. 내가 얼마나 고생하는 줄 아냐고...이게 다아 누구땜에 그러는 줄 아냐고 좀 알아달라고 큰 목소리로 외쳐대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있다면 나도 그만큼 고생해서 자식을 키우는 평준화를 외치고 있긴 하지만 원하는 대답은 아닐 것이다.

 

 어쩌다가 아이들과 한 골목에서 마주쳤다. 고 1인데 왼손에 감추듯이 잡은 담배연기가 모락 모락 피어나고, 두리번 거리는 애들눈과 나의 눈이 닥 마주쳤다.

 

 인사도 고개만 까딱거리기만 할 뿐 더이상 눈길도 주지 않았다. 나도 그냥 그앞을 지나치려 하는데. 어째 아이 얼굴이 까칠하다. 하긴 속은 편하지 않을 것이고 집에 들어가는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으니 친구네집에 하루 이틀 묵는 것도 지쳤을 테고.

 

 그냥 가볍게 한마디 했다.

니들 소주 좋아하냐? 맥주 좋아하냐?

아는 친구아들은 힐끔 나를 쳐다본다. 다른 아이들은 놀란 눈치다. 아줌마가 대뜸 묻는 질문이 생소했을 것이다.

 

소주도 맥주도 두개 다 좋거든요?

그으래? 그럼 안주는 뭐 좋냐?

안주요? 그거야...

아 참! 니덜 밥은 먹었냐? 안 먹었슴 내가 오늘 술도 사고 밥도 산다! 같이 갈래?

 

 집 나온 아들은 우물쭈물 순대국 잘말아주는 식당골목길에서 눈치만보고 두명은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순대국을 숟가락 부딫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려 ..니덜은 밥심으로 크는 거여...그래야 아빠보다 훨씬 키가크고 힘도 불끈 불끈 올라오고 야 잔들어 임마 ! 잔 비웠으면 술받을 때 꼭 두손으로 들어야 되..왜그러냐면 나는 니덜보다 훨씬 인생선배니께 안그려?

 

 모두들 얼결에 소주를 일배씩 하더니 밥먹고 또 한잔씩 마시더니 얼굴색이 붉으스레 홍조다. 배부른가보다. 한 아이가 그런다.

 

" 아줌마? 우덜이 술먹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왜 그러냐고 묻지 않았다. 그저 빙그레 웃으면서 그랬다. 살다보면 술먹을 날이 더욱 많아지더라. 그런데 그게 어려서는 모르겠고, 오늘처럼 이놈 오늘 집에 들어갈까 말까 궁리할 땐 둥글게 모여 앉아서 의논을 해야 되는 일이 종종 있더라.

 

니 왜 자꾸 집나오고 싶니? 아니면 야 우리집이 아빠가 눈치를 주는데 오늘은 다른데로 가자느니..뭐그런 애기를 하다보면 배가 고프기도 하고 집에 돌아가는 것은 자존심 꺽는 것 같아서 죽기보다 싫을테고... 그러니 짜증이 나냐 안나냐?

 

와! 아줌마 도사다아... 으하하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얼굴이 벌개진 내 친구아들이 고개를 푹 숙인다.

나는 그 친구아들에게 또 한잔 소주를 따라 주었다.

 

사는게 이제부터 시작이야...

공부도 인생도  죄다 오늘이 없으면 절대 시작할 수가 없어...

니네 엄마가 오늘 너를 만나면 그게 또 다시 시작하는거야...엎어친든 메친든 니부모는 세상에 단 한분이잖어? 너도 봤을 거 아녀.그 멀리 외국으로 갓난 아이로 입양갔다가 몇 십년지나서 친부모 찾아오더라... 얼굴을 기억하겠냐. 이름을 알겠냐?  

 

니가 오늘 이렇게 이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니부모의 공이여....

그런 의미에서 우덜 건배하자! 나는 니 엄마친구니께 너에게도 부모뻘이지?

 

모기만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예....

 

녀석 다컸다. 너는 그 동안 크느라 많이 아픈거였어....

엄마가 보고 싶어요. 전화 좀 해주세요..나 여기 있다고...

알았어..

 

신호가 들어간다. 아이가 여기 있다고 했더니 소리는 왜 그렇게 더욱 큰지 ...

그래도 오늘은 아들과 엄마가 만나서 같이 집에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