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와 함께
기본 주제방 2007/03/02 16:41   http://blog.azoomma.com/ifg01/243029

내일은 딸아이 중학교 입학식이 있는 날입니다.

물론 딸은 아직 날짜나 시간은 매일 묻습니다.

오늘이 입학이야? 내일이야?

후후..그냥 웃으며 또 삼월의 달력을 열어 보여 주지요.

그러면 고개를 끄덕입니다.

 

교복회사들이 교복값을 담합해서 너무 비싸다고 난리를 치르는 바람에

우리는 여전히 재활용 쎈터를 찾았습니다.

큰 아이때는 남자아이라서 남학생교복을 두벌이나 샀지요.

단 돈 2000원이고 여벌로 바지는 또 하나 얻었습니다.

그 때는 딸아이가 오빠니까 새걸 안사주고 헌 옷을 막입힌다고 생각했나 본데

막상 자기 교복도 또 재활용쎈터에 같이 가자고 했더니 시큰둥 한 겁니다.

여자애라서 그래도 이왕이면 새 교복을 맞추고 싶고

엄마랑 손잡고 백화점은 아니더라도 기분은 내고 싶었나 봅니다.

 

재활용쎈타에 가보니 아이 학교에 맞추어서 나 온 교복이 없다고 하니까 애 얼굴이 환해지면서

얼른 교복전문점에 가자고 보챕니다. 나는 그래도 날짜가 여유로우니까  조금 있다가 가자고 했지요.

그런데 옆집에 사는 또래의 친구가 들어온 교복이 있는데 적답니다. 혹시 몰라 딸내미가 맞을 줄 몰라 갖고 왔다고 보여주는데. 더블단추가 달려야  하는데 달랑 단추가 두 개만 남아 있는 겁니다.

 

딸아이의 얼굴이 또 흐려집니다. 그래도 입을 만 한 것 같아 구석 구석 살펴보니 단추만 없지 다른 데는 멀쩡하다고 했더니 딸이 뾰로퉁해집니다.

 

 교복블라우스는 사러가자! 같이... 했더니 또 금새 헤헤댑니다.

블라우스는 흰색이라서 잘 들어오지도 않고 들어와도 못 입히겠더군요. 그래서 단추도 살 겸 블라우스도 살 겸 같이 갔습니다. 옆에서 흥얼흥얼 노래 부릅니다.

무슨노래야?

응 ,,봄이 오는 소리!

다시 한 번 불러 봐봐?

땅 속에 꽃씨가 잠이 들었나 봐

언덕에도 들에서도 꽃피는 소리가 들려요  ...

 

집에 돌아와서 새 단추를 달아주니 갑자기 새 교복이 된 것 같았습니다.

옆집 아이는 적다가 준 옷이 딸이 딱  맞습니다.

스타킹도 신어보라고 하니 어색하지만 한 참 신어 봅니다.

반달경 앞에서 모델처럼 서 보더니

엄마! 나 다리 길어보여?

웬 다리가 길어 보이냐고 물었더니 요즘은 교복이 다리가 길어 보여야 한답니다.

 

머리도 조금 길으니 짤라야 겠다고 했더니 싫답니다.

그냥 길게 내버려 두랍니다. 그러라고 했지요.

속상하지? 새 교복이 아니라서? 하고 물었더니

처음엔 그랬는데 지금은 안 그렇답니다.

오빠도 재활용교복을 입었는 데 뭘?

 

그렇게 삼월은 늘 오나 봅니다.

오늘은 봄이 오는 소리와 함께 비가 옵니다.

아이에게 봄비를 뿌려 무럭 무럭 잘크라고 빌어주는 것 같습니다.

참 좋은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