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섹스를 잘 못하는데요?
詩가 아닌 詩 2007/02/27 11:47   http://blog.azoomma.com/ifg01/242846

생각이 깊으면 미쳐버린다고 옛어른들이 그러셨다.

그 말 하나도 틀린 게 없다.

 

그러나  난 생각을 깊게 하지 못했다.

생각도 털털하여 겉다리로 여기조금 저기조금 파다가

지치면 열두개의 우물 판다고 바쁘기만 했다.

 

난 두 남자들 우리집에 오지 못하게 하고

전화가 오면 안 받으면 되고

정 그러다 안되면 냅다 다른데로 튀어 버리면 지풀에 지쳐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진짜로 할 일없는 백수같은 생활에 넘쳐나는 것은 시간이었다.

서울 인사동이 우리집과 가까웠다.

마음 먹고 걸으면 한시간 반 정도 인사동을 헤집고 다니고

배고프면 조금 참다가 집에가서 저녁 한 끼 먹어도 굶어죽지는 않았다.

 

그 당시 인사동엔 늘 전시회에 졸업 전시회에 연극공연에 거리에서 퍼포먼스가 막 들어 설 무렵이었다. 아직은 상업적으로 관광지를 만들기 전. 한옥마을에서 이천원짜리 감자탕을 먹으러 일부러 친구들 몰아대고 우르르 몰려 다니었을 때인데 무엇이 장애가 되었을까.

 

그렇게 이리 저리 피하다보니 거진 육개월이 흐르고 웬수 만나듯이 외나무 같은 골목길에서

울 엄마가 기생 오라비처럼 생겼다는 남자를 정면 마주 친 것이다.

 

손에는 두꺼운 책이 들려져 있었고, 남자의 눈 빛은 절대로 놓칠 수 없다는 눈치였다.

어디 학교를 갔다오나 어깨에 매어진 책가방이 축 늘어져 있었다.

난 인사도 못햇다. 속으로는 앞으로는 오지 말라고 했는데 왜 또 왔나 했다.

 

책좀 받으라고 했다. 얼결에 받았다. 그러곤 전화번호를 적고 책갈피사이에 끼우며 그랬다.

이젠 찾아오지 않을 테니. 연락 할 일이 생기면 이곳에 연락하라고 했다.

 

책은 무거웠다. 집에 가서 한 쪽 구텅이에 밀어놓고 보니 무슨 책인가 궁금해서 들쳐 보았다. 00 문학지가 월간인가 본데 네권이나 됐다. 별 뜻없이 책표지를 보니 그 남자의 이름이 보였다. 난 열어 보지 않았다. 대신 전화번호만 바지 주머니에 넣고 또 쏘다니기 시작했다.

 

 얼마 후 엄마가 빨리 어디를 가자고 한다.

어디를 가냐고 묻자 엄마는 막무가내로  등 떠밀어 간 곳은 미장원이었다.

그제야 내 얼굴을 전면 거울로 처음 본 것 처럼 새로워 보였다.

 

선머슴처럼 늘 생머리에 컷트머리를 하고 다니니 엄마가 보기엔 볼썽 사나웠었나 보다.

그러데 최재간이가 미용실에 들어온다.

조금 있으니 정집사가 들어 온다.

난 무슨일이가 얼빠진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데

엄마가 그런다.

 

애 좀 오늘 어디 좀 바람 좀 쏘여 줘.

얼결에 선 본 남자총각, 선 만 본 아가씨 둘은 우이동 계곡에 찻집에 마주 앉았다.

또 속으로는 어떻게 해야 오늘로 종치고 , 다시는 선은  안 볼 것이고..

이러는데 재간이가 그런다.

 

우리 결혼 날짜 잡아야죠?

그 말 듣고 나의 대답이

" 전 섹스를 잘 못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