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어마리는 남겨주세요...
詩가 아닌 詩 2007/02/20 12:05   http://blog.azoomma.com/ifg01/242496
우리집에 천장에는 쥐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것도 우리가족처럼 여러마리가 옹기종기 잘 살고 있습니다.
나는 별로 불편한 걸 모르겠는데
남편은 늘 툴툴댑니다.

늘 어떻게 해야 저 쥐들을 일망 타진할까 궁리만 하느라 일년이 가고 또 해가 바뀌는데도 늘 몇마리의 쥐는 천장에서 그것도 밤마다 무슨 운동회를 하는지 단거리를 뛰기도 하고 바톤잇는 마라톤도 합니다. 처음엔 시끄럽고 귀찮아서 척 달라붙으면 꼼짝 못하는 찐득이를 사다 놓았는데. 이제 막 태어나서 얼마되지 않은 생앙쥐가 멋모르고 달라붙어 숨만 헐떡헐떡 대는 것을 보고 다시는 찐득이를 놓지 않았습니다. 괜히 안되어 보였지요.

남편이 출타중에 혼자서 너른 집에서 자고 있는데. 제법 큰 쥐가 우리안방에서 왔다갔다 하는 겁니다. 나도 놀라고 그 쥐도 놀라서 서로 바라보다가 얼른 베개를 집어 던졌는데..그러고 금새 잠이들었죠.

그러더니 뭔가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잠결에 문을 바라보니 창호문밖에 쥐들이 칸칸히 네모란 문짝에 일렬로 달라붙어 달리기를 하는 겁니다. 늘 일망타진해야 한다는 남편이 없는 걸 알았나 봅니다. 하도 시끄러워서 그냥 문을 확 열었죠.

달빛이 쪽마루에 확 내려서 불을 안켜도 밖은 환합니다. 잠도 깨버리고 뭐 할일이 따로 없고 그냥 마당에 실실 나가보았는데...

오메... 별이 그렇게 많이 뜬겁니다. 뜬께 아니라 다닥다닥 내얼굴의 주근깨처럼 자잘하게 붙어 있기도 하고 서로 간격이 항상 일정하게 지켜주는 작은 곰자리에 오리온자리, 거기다가 내가모르는 수많은 별들이 수다를 떠는 것 같이 반짝반짝 거리는 겁니다. 아마 새벽이 다 되어가도록 무대위치가 바뀌는 것처럼 별위치도 조금씩 느림으로 움직이는 걸 알았지요.

겨울인데도 저녁바람은 평안하게 붑니다. 홀로 마당에서 서게 한 쥐들은 모두 어디를 갔나 조용합니다. 매차없이 안 주인이 마당에 서있는 걸보고 우리 강아지 순님이가 멍청하니 나를 바라봅니다.
그 눈빛속에도 별그림자가 또렺합니다.

잠은 다잔거다하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이생각 저생각에 또 지치다 잠이 들었습니다. 남편은 아침 일찍 첫버스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지난 밤에 사건을 애기햇더니 이젠 걱정말라고 하더군요. 고양이를 키우고 쥐덫을 사오고 쥐약도 사왔다면서 한 보따리를 내놓는 겁니다. 겁납니다. 진짜 남편은 한 마리도 남김없이 일망타진할려고 하나 봅니다.

그래도 한 두어마리는 남겨두라고 하고 싶은데.
그래야 마당에 나가 별도 보고 하늘도 볼 수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