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사님! 도사님!
기본 주제방 2007/01/26 12:14   http://blog.azoomma.com/ifg01/241028

머리애기하면 난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특히 남편은 나에게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고 자다가도 손으로 머리카락 만지면 기겁을 한다. 꼭 새악시 젖가슴 만지다가 들킨 기분이 들게 하니 나도 개구쟁이처럼 자꾸 하게 된다.

 

머리를 묶어 이젠 제법 길어서 어깨를 넘어가고 거기다가 염색을 했다.

처음엔 흰 색으로 하고 싶단다.

남들은 있는 흰머리도 뽑아대느라 바쁜데

이상하게 남편은 흰머리가 아직 생기지 않았다.

오십이 넘으면서 한가지 고민은 머리가 자꾸 빠진다면서

거울 앞에서도 머릿카락 빠진 걸 세어본다.

빗질도 무슨 의식행사다.

브러쉬를 머리위부터 툭툭 두둘겨서 빗기 시작하는데 마누라보다 더욱 귀한 머릿카락 빠지면 어쩔까 노심초사다.

 

그러더니 자주가는 미용실에 가서 머릿털 안빠지는 염색은 없냐고 물었단다.

그랫더니 흰색으로 브릿지를 넣어달라고 하면서 머릿카락 빠지는 것은 뭐그리 걱정이냐고 미용실원장이 그러더란다. 그래서 갈색머리에 그것도 끝에만 살짝 물들여 달라고 해서 그렇게 염색을 했는데.

 

우리집은 동네도 한 참 후미진 외진 시골동네다.

대부분 평균연령이 육십대가 넘어가고 툭하면 동네회관에서 윷놀이하러 나오라고 방송도 틀어대고 집나간 강아지 보면 얼른 비틀어 매서 누구네 집에 끌고 오라는 이장님부탁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동네다. 이런 동네에 찢어진 청바지에 머리를 묽은 울 남편이 최고 신세대가 된 것이다. 울아들은 이제서 삐약삐약 하는 병아리 깨고 있는 중이고.

 

그러니 동네 어른들 만나면 맨날 혼 부터 나는 게 일이다.

여그가 어디 서울 인 줄 아남?

자네 여자여 ? 남자여?

난 웬 훤칠한 샥시 줄 알았네...그 머리 언제 짜를 겨?

 

동네 어른들의 눈길에 걸리면 줄행랑 치기 바쁘다.

거기다가 농사일을 하는사람이 머리를 기르고 묶어서 염색을 하니까 한 번은 웃마을 어른이 우리집에 오셔서 그런다.

" 나 이발하는 디 내가 돈 내줄께 우덜이랑 같이 가자구..."

 

또 도망가기 바쁜 울 남편이 핑계대는 게 고작 할 수 있는 말이

" 에구...그냥 내비두세유..지가 알아서 할 게 유!

 

그러다가 이젠 동네어른들도 포기를 하셨나 별 말이 없더니

이젠 해갈이 할 무렵엔 동네회관에 놀러 오란다. 가 보았자 또래들이 오는 요일만 가는데 왜 불렀나 했더니 머리를 묶어서 이젠 도사님처럼 보인다면서 언제 도 닦앗냐고 묻더란다. 별 거 다 묻는다고 왜 그러시냐고 했는데.

 

주위사람들이 대문 앞에 빨간 깃발 하얀 깃발만 꽂으면 영낙없이 도사님 집이란다.

나도 그 애길 들어보니 진짜 그럴 것같은 분위기다.

" 자기야...아무래도 어디서 몰래 도 닦었어? 진짜 그렇게 보인다"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말이 그렇지 허연 백발이 되면 거기다가 수염도 길면 이젠 산신령처럼 보일 거다 했더니 그럼 흰색으로 염색하는것은 보류한단다.  

 

조금 있으면 명절이라고 친구들 만날 텐데 어떻게 결정 좀 해 보라고 했더니

뭔 결정을 혀? 집앞에 깃대를 꽂던 말던 내 맘이여?

옆에 있던 울 아들이 그런다.

 

'그려 ...아빠인생인디 ...아빠 맘이지..."

이젠 나도 포기를 먼저 하는게 쉽다.

없어진 머리 핀 찾아다니는 남편을 보니 내가 헷갈리기도 하고.

 

내 머리끈 어디다가 치웠어? 이러고 돌아다니다가  딸내미 방울달린 끈을 매고 다닌다.

아무래도 또 끈사러 장날 나가야 봐 되겠다.